최근 고교생들의 이공계 진학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등 기초과학교육의 위기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정책 부재 때문이라는 소리가 높다.
한국교총은 5일 현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과학전담부서를 폐지하고 투자를 소홀히 했음을 지적하고 교육부에 과학전담부서의 설치와 과학교육전문직의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내에 과학기술 전담부서는 48년부터 94년까지는 과학교육국 단위로 설치돼 왔고 이후 97년까지는 과학기술과로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98년 2월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폐지됐다. 또 올 교육부예산 중 초.중등 과학교육활동 지원은 7억 5200만원에 불과하나 초.중등교육 정보화예산은 초.중등 정보화사업 172억원과 사실상 초.중등 정보화 지원사업인 정보화 촉진기금 473억 6900만원으로 86배에 달한다.
교총 관계자는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교육부에 전담 부서 하나 없는 것은 과학교육을 사실상 천대해 온 것"이라며 "그 여파가 최근 학생들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총은 7차 교육과정의 시행과 2005년 임의선택형 수능제도로 고 2, 3년생들의 물리 등 기초과학교과의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공계 대학진학 뿐 아니라 고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과학교과를 많이 선택케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과학전담부서의 책임자는 과학교육전문가인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교총은 학교교육 파행의 주된 원인이 학교현장과 동떨어진 지시일변도의 교육행정에 있음에도 최근 교육부가 복수직급으로 되어 있는 교원정책심의관, 시.도 부교육감에 교육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직을 보임하는 등 편중인사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해 이는 교육행정의 전문성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학교현장과 밀착된 교육정책을 위해 교육전문직의 보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실·국장, 담당관 및 과장 직위에는 일반직 36명, 교육전문직 3명, 복수직급 4명으로 보임돼 일반직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특히 현장교원과 밀접히 관련된 교원정책 관련 부서의 심의관 및 과장급에 교육전문직을 전혀 보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육전문직의 보임부서 확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유아교육, 특수교육보건, 평가관리 그리고 교원정책 분야는 반드시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도교육청 직제와 관련 최근 교육부에서 초.중등 교육정책 및 기획 기능을 시.도 교육청으로 위임함에 따라 교육감이 관장해야 할 전문적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부교육감을 복수로 두어 영역별 전문성을 갖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교육감 밑에는 장학 부교육감과 행정 부교육감 각각 1인을 둠으로써 일선학교 및 교원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장학업무와 일반행정 업무를 구분하여 장학 부교육감과 행정 부교육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장학 부교육감은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하고, 행정 부교육감은 지방공무원으로도 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함과 동시에 교육감이 실질적인 부교육감 인사권을 갖도록 교육감에게 제청권을 부여해 교육행정의 전문성과 지방교육자치에 걸맞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이 복수부교육감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교육감을 보좌해 교육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부교육감은 직무 성격상 교육행정의 전문성과 교육현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이 필요한 자리로 교육전문직 보임을 수 차례 요구해 왔음에도 정부는 부교육감직을 중앙부처 일반직 공무원의 순환 보직으로 계속 활용해 왔고, 그 결과 종전 반반 수준으로 유지되던 16개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의 전문직 대 일반직 비율이 현재는 2대 14로 일반직 절대우위 현상을 보이고 있어 부교육감 복수 직급 보임이라는 입법취지는 사실상 의미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교육감은 시·도교육감이 추천한 자를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는 데 실제 1차 추천권자인 교육감의 의사가 무시된 채 제청권자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의지에 따라 임명이 좌지우지됨으로써 파행인사가 빚어지고 있다고 보고 시.도교육감에게 제청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전문직은 계속 축소하면서 일반직의 자리 만들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교육당국의 인사행정이 계속되는 한 학교현장과 교육행정은 더욱 멀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학교현장과 교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교육행정체제를 왜곡시키는 일반직의 자리 늘리기 인사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