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장에서는 늘 그랬듯이 고성이 오갔다. 시교육청 조승현 감사관이 겸직금지 조항을 어기고 2년간 교사와 교육위원직을 겸직한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을 ‘전(前) 의원’이라고 지칭하며 “현행법에 따라 의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한 것이다.
지방자치에관한법률은 교육위원의 사립학교교원 겸직금지(제9조)조항을 위반한 경우 의원직에서 퇴직하도록 명시(제10조)하고 있다. 조 감사관의 표현대로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그러나 진보교육단체들의 모임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조 감사관이 ‘만행’을 저질렀다며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감사에서는 혁신학교 확대를 주장해온 민주당 의원들과 문용린 교육감 간의 신경전도 계속됐다. 내년 혁신학교 예산을 40억으로 감축(올해 97억)한 것을 두고 증액하지 않으면 교육감이 추진하는 다른 사업(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교육과정거점학교 등)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돈줄은 시의원들이 쥐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협박’ 수준의 전략이다.
이런 행태는 최근 시교육청 연구용역을 받아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진행했던 ‘2013년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평가대상 59개교(초22, 중16, 고7) 가운데 14개교(초7, 중4, 고3)가 평가자체를 거부해 평정등급조차 나오지 못했다. 학교운영비 부족에 시달리는 일선학교 입장에서는 배 아플 정도의 교당 1억 5000만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평가’는 받지 않겠다는 그들의 이중적 태도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혁신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지정 자율학교인 창의경영학교 등은 연차별로 지원예산을 줄이고 있지만 이들 학교예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67개 혁신학교 중 29개교가 지정 4년차다. 타 지역 혁신학교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전북 3000~5000만원, 전남은 최대 7000만원, 경기는 8000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서울혁신학교 조례안’까지 제정해 지원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식 내편 눈감아 주기도 모자라 ‘자신들만이 옳다’는 모순된 논리로 무장한 그들의 위선은 점점 심해지는데, 박근혜정부와 교육부, 교육청은 대응도 느리고 전략도 없다. 무엇이 교육을 위해 옳고, 그른 지가 우선순위가 아니라 서로 다치지 않으려고 눈치만 볼뿐이다. 올해 1월 교육부는 김형태 의원(?)에 대해 ‘의원직에서 당연 퇴직됐다고 봐야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경기침체와 복지확대로 국가예산조차 짤 수 없는 지경인데도 혁신학교 이야기만 하는 그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언제까지나 혁신학교에만 1억 5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줄 수 없다”는 문 교육감의 이날 발언은 논리에 맞다. 하지만 이미 눈귀 다 막은 그들을 설득하기에도, 교육청과 의회의 말싸움에 지친 일반학교와 학부모들의 지지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문 교육감은 모든 학교에 1억5000만원을 ‘평등’하게 지원할 테니, 의회와 교육청 예산을 대폭 줄이자고 제안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