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다. 최근 진념 재경부 장관의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이 된 평준화문제는 교육의 수월성 추구냐 기회의 평등이냐는 해묵은 논쟁을 재연시켰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의 재정 확보에 필요하다는 주장과 시기상조론이 몇 십년 동안 계속 반복돼 왔다. 자립형 사립고 문제 역시 사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당위론과 귀족학교라는 부정적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발전 5개년계획' 등 현 정부가 발표한 상당수의 정책들이 학교현장에 착근되지 못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은 정부가 정책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교육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합의해 총력을 기울 일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선진각국들이 교육개혁에 여야, 부처간의 이해를 초월하여 집중투자하고 있는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교육정책이 표류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가 정책 형성단계에서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참여와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정부내에는 많은 위원회와 자문회의가 있어 형식적인 참여는 보장하고 있으나 정책결정권은 전적으로 정부가 쥐고있어 진정한 목소리들은 외면하고 있다. 이들 위원회는 오히려 정부가 결정한 정책의 합리성을 높이는 데 이용당하는 경우 조차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한국교총이 정책결정 구조를 장관 독점체제에서 합의제로 변경하자는 '국가교육위원회' 도입을 주장한 것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를 선관위 혹은 감사원과 같이 합의제 행정청으로 하여 교육부를 대체하는 방안과, 교육부를 유지하되 시·도교육위원회와 유사한 형태로 중앙차원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주요한 교육정책을 심의, 평가토록 하며 교육부는 집행을 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 안별로 장단점이 있겠으나 기본정신은 정책결정 권한을 분산하여 합의제 정신을 높이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개혁 수립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과 같이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확정·집행하는 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작성한 교육개혁방안은 공식발표 전에 입법화하여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를 받은 정책은 예산확보 등 집행과정이 매우 용이할 뿐만 아니라 국회가 교육정책 형성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므로 교육에 대한 정치권의 책무성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교육정책의 정부 독점에 따른 행정적 오만에서 탈피하는 교육관료의 의식개혁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