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생 차이 파악해 개별지도 통역·특수교사 요청하면 즉시 지원 특기·심화학습 등 수월성 교육까지
영어 수업 시간에 몇몇 학생은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발음 연습을 하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그림을 보고 작문을 한다. 한 쪽 구석에서는 어휘나 문법을 학습한다. 핀란드가 추구하고 있는 개인맞춤형 교육이 실현되고 있는 교실 풍경이다.
이처럼 핀란드 교실에서 모든 학생이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광경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학생들이 각자 다른 문제를 풀거나 그룹으로 모여 토론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교사는 교실을 돌면서 질문을 받고 대화를 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내용을 살피고 학습에 필요한 조언을 한다.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이런 개인맞춤형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맞춤형 교육은 교사가 기록과 관찰을 통해 학생을 정확히 파악하는데서 출발한다. 기록과 관찰만 철저히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차이에 대한 판단과 그 판단에 근거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있다. 교사양성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과 특성을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전문성을 철저히 쌓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영어 발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에게는 발음 학습, 작문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쓰기 과제를 준다. 같은 수학 단원을 배우더라도 학생마다 능력에 맞게 다른 문제를 풀도록 배려한다. 학생은 자기의 능력에 맞는 문제를 풀면서 성취감을 갖게 되고 교사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해 준다.
협동학습을 할 때는 학생들이 모둠별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영역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협동학습은 교사가 학생들의 특성과 지식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 순번대로 학생들을 묶어준다고 해서 이런 협동학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의 개인적인 능력만으로는 개인맞춤형 교육이 불가능하다. 쉬운 예로 교사가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핀란드어를 하지 못하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 자녀에게 필요한 외국어까지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교사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통역 요원을 요청하고 교육 당국은 이를 지원한다. 교사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학습 부진아가 있을 때는 특수교육 지원아동으로 분류해 전문교사의 지원을 받는다. 이런 모든 절차와 지원이 일반학교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별도의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은 필요가 없다.
맞춤형 교육은 단순히 낙오자 방지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학생의 특기, 적성, 개인적인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무한정 제공한다. 학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활동을 통해 자신의 특기를 살려나갈 수 있다. 개별 과목에 흥미를 갖고 심층적인 학습을 한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심화문제를 선택해 남들보다 높은 점수로 보상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학부모가 다른 학생과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고 자기 자녀가 잘하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이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다른 아이와의 경쟁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Nokia)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지만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고 꿋꿋하게 유지되면서 성장하고 있다. 그 저력은 하나가 아닌 다양한 가치를 추구해온 핀란드 교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