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 대회를 통해 현장 교원들의 연구 열정과 노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주제에 묻어있는 문제의식이나 논문의 행간에서 느낄 수 있듯, 풍족할 리 없는 여건에서도 문제를 안고 씨름했던 열의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교단에서의 일상을 부단한 자각과 개선으로 채워가는 과정인 현장연구의 가치는 학문적 잣대보다는 교원이 견지하는 실존적 잣대로 가늠돼야 할 것이다.
보람과 더불어 떨쳐버리기 어려운 아쉬움도 남는다. 먼저 해를 거듭하면서 전체 응모 논문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교과’ 연구가 생활지도나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 후 활동과 같은 특별 부문에 비해 특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교원들의 연구 의욕이 약화되고 연구 가능성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과수업 영역은 약화되고 법제적 규제나 현실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한 ‘특별’ 활동 분야에서만 겨우 현장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연구 문제가 ‘현장’보다 ‘이론’이나 ‘활동 모형’에서 온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논문들의 제목만 훑어보아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대부분이 “~을 통한 ~하기”라는 구도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이론이나 정부 정책 등의 토대 위에서 쉬이 정당화할 수 있는 모종의 활동(프로그램)으로 교육적 효과를 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런 구도의 연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특정 교육 목적에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찾아내는 것은 현장에서 당연히 중시해야 할 작업이지만 아쉽게 여기는 것은 이때의 문제의식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교원이 현장에서 부딪힌 문제에 대해 독창적인 시각에서 모색하기보다 기존 모형이나 프로그램에서 방법을 찾으면 적극적인 연구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적극적인’ 현장연구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교원들에게 자율과 실패를 감수하는 ‘실험’을 허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교과서와 지도서, 평가 지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국면을 촘촘히 규제하는 교육과정 현실에서는 교원들이 교실 수업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모형’을 만들어 갈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을 것이다.
바른 순서는 교원들의 의욕과 창의를 누르고 있을 ‘구조의 제약’을 먼저 지적하는 데 있다. 지침과 규제 보다는 교원들의 헌신과 자율을 믿겠다는 ‘최소’ 접근이 학교교육 정책의 기조를 이뤄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대회가 모든 교원들에게 일상적인 연구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교원들의 적극적인 연구 일상이 학교 현장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게 우리 정책의 토양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일갈이 되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