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핀란드에는 다문화가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지에서는 ‘다문화가정’ 대신 ‘핀란드로 온 이주민’을 뜻하는 마한무따야(Maahanmuuttaja)’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006년에 전체인구의 3%에 불과했던 이주민이 2014년에는 5%까지 늘었다. 2025년에 이주민이 핀란드 전체 인구의 8%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60% 이상의 이주민들 수도 헬싱키와 인접한 도시 지역인 에스포(Espoo), 반타(Vantaa), 카우니아이넨(Kauniainen) 등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헬싱키와 에스포 지역의 기초학교(Peruskoulu) 중에는 35% 이상의 학생이 이주민인 경우도 있다.
이주민의 기준은 ▲외국에서 이주한 자 ▲핀란드에서 출생했지만 외국인 부모 배경을 가진 자 ▲핀란드어, 스웨덴어, 사미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자 등 세 가지다.
이런 이주민의 급격한 증가로 이들에 대한 교육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이주민 교육도 평등교육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모국어, 문화, 개인적인 요구, 기대 등이 핀란드인과 다르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는 이들에게 핀란드인과 다른 교육을 기획했다. 이주민 간에도 일반화된 동질적인 교육 대신 개인적인 특성에 따른 교육을 제공키로 했다. 이를 위해 2008년까지 자치단체가 관장하던 이주민 교육 정책을 국가기관인 교육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주민 교육의 내용은 언어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모국어 교육이 주목을 끈다. 이주민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본래 소수 언어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특별한 국가다. 그런 맥락에서 이주민들의 모국어도 지켜주려는 집중적인 교육을 이해할 수 있다. 2006년 기준으로 1만 7600명이 모국어 교육에 참여했고 해마다 500~700명 규모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주민의 모국어 교육은 유아기부터 고교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단위학교에 4명 이상의 같은 모국어 학습자가 있을 때는 의무적으로 모국어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모국어 교육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아니고 국가가 직접 지원한다. 2008년에는 세계 50개국의 언어에 대한 모국어 교육이 이뤄졌고 2014년에는 70개로 늘었다.
이런 핀란드의 이주민 모국어 교육은 핀란드 헌법(Peruslaki) 17조에 명시돼 있는 자기 언어와 문화에 대한 권리 조항을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은 “사미인, 집시 등 모든 집단이 모국어와 문화를 유지·발전시킬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50개 이상의 모국어 교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의 모국어 교육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주민들이 모국어를 통해서 세계를 이해하고 그 가치관과 문화에 기반을 두고 핀란드 사회에 적응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용어 교육도 중시하고 있다. 안정적인 정착과 수업 적응을 돕기 위해 6~10세의 아이들에게 450시간, 11세 이상에게는 500시간의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제2공용어로 가르친다. 2009년부터는 이 시간을 늘려 1년간 지속적인 교육을 하게 됐다.
기초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75%가 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25%의 학생은 핀란드어를 모국어로 택하거나 특별 그룹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의 개별적인 이유로 불참하고 있다.
언어교육 외에도 직업학교 교육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을 6개월~1년 간 진행한다. 이주민의 취업을 돕기 위한 직업학교 교육에 진입하기 전의 기초교육은 20~40학점으로 구성돼 있고 개인별로 2개의 직업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핀란드의 이주민 모국어 교육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모국어는 고사하고 한국어라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잘 정비돼 있는 것인가? 다문화가정 자녀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