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고교전학신청을 위해 수백명의 학부모들이 노상에서 사흘이나 밤을 새우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창피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의 전학행정 하나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무슨 떳다방 아파트 분양이나 명절 때 귀성열차표 판매하듯 선착순 전학 배정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무사안일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맹자의 어머니(孟母)보다는 지나치게 맹렬한 어머니(猛母)가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는 교육이기주의와 극단적인 교육열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고교평준화를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면서 평준화에 수반되어야 할 제도적인 보완과 행·재정적인 조치는 내버려둔 채 수수방관함으로써 선호학교와 기피학교가 생겨났음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사회의 풍토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칠 수 없는 일이므로 현재의 주어진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불평과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관계당국의 기본적 임무이다. 전학 신청을 받는다면서 첨단 행정기법은 어디 두고 가장 원시적인 선착순 방식을 택하고 있고, 이런 일을 매년 되풀이하는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
선착순 전학배정방식을 당장 뜯어고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전입학 신청이 폭주하는 학기초에는 일정 기간을 설정하여 신청을 접수하고 컴퓨터 배정이나 공개추첨 등을 통해 순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또한 좀더 융통성 있는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입생들이 배정학교에 입학한 후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배정통지서나 등록 확인증을 가입학한 것으로 간주하여 처리하게 되면 훨씬 원활해진다. 여유가 있는 학군에서는 지금 방식과 같이 신청 순서대로 바로 처리해 주도록 하고, 희망이 있을 때에는 인근 학군에도 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지켜야 할 원칙만은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교육행정의 공신력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같은 학군내에서의 전학은 일체 허용하지 않아야 하며, 위장전입이나 요행수를 바라는 행태는 철저히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