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육감 선거 때 무상급식이 최대 의제가 됐고, 소위 진보교육감 6명을 당선시킨 동력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 무상급식 학생 비율은 13.2%에 불과했다(2009년 기준). 일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던 미국의 52.2%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였다.
4년이 지나 6·4선거를 앞두고 유아·고교 무상급식 공약이 쏟아진 지금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전면 무상급식 실시학교는 올해 기준으로 전국 1만 1483개교 중 8351개교(72.1%)다.
반면 핀란드, 스웨덴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무상급식은 선별복지 기조다. 지난해 자유민주당에서 초등 1, 2학년 전면 무상급식 방안을 제안해 논란이 일었던 영국은 여전히 제한적인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보수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은 민생을 이유로 초등 1, 2학년 전면 무상급식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선심성 정책으로 부유층 아동 급식비에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당대회를 맞아 보수당이 기혼가정 세금감면 정책을 발표하자 자민당이 포퓰리즘으로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초등 1, 2학년 전면 무상급식 시행은 한 해 연기됐고, 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즈는 여전히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선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의 선별적 무상급식 지원 대상 학생은 소득 지원·실업 급여·고용 지원 수당·기초연금·통합 수당 등을 받는 가정과 이주난민법 적용 대상자, 연소득 1만 6190파운드(약 2760만원) 이하인 출산장려세제혜택 가정 자녀, 부양자가 근로세액공제 자격 박탈 후 4주 이내인 경우 등이다.
이런 조건에 따라 4~15세 학생 중 공식적인 무상급식 대상이 되는 학생은 2012년도 기준으로 전체 678만 3300명 중 142만 3000명(21%)이다. 실제 수혜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8%(122만 5300명) 수준이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초·중등 학생의 19.6%가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올 9월 초등 1, 2학년 대상으로 도입 예정인 전면무상급식의 논리도 보편적 무상복지 논리가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대상 학생 중 11%가 무상급식 신청을 하지 않아 실제로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고, 극빈층 중에서도 40%가 무상급식 대상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교육부의 판단 때문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극빈층 10만명, 차상위 10만명의 학생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무상급식 대상 학생 비율이 62%로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무상급식 비율이 미국을 추월할 정도로 급증하는 동안 미국은 10%도 채 늘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무상급식은 대상이 많을 뿐 소득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대상의 선별적 급식 형태다.
올해 기준으로 무상급식 대상자는 기본적으로 연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인 가정의 학생이다. 최저생계비는 4인 가족기준으로 3만 1005달러(약 3165만원)다. 최저생계비 185% 이하 가정의 학생은 할인급식을 받는다. 이 외에도 영양보충지원 프로그램(SNAP), 인디언 보호구역 식량지원 대상자, 저소득가정 임시 재정지원 서비스(TANF), 위탁기관 또는 법원에서 관리하는 학생은 소득과 무관하게 무상급식을 제공받는다.
이렇게 선정된 무상급식 대상학생은 지난해 기준 전체 급식대상 학생 3070만 명 중 약 1900만 명(62%)이다. 할인급식 대상 학생은 250만 명 정도(8%)다.
프랑스의 경우 여전히 무상급식은 시행하고 있지 않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급식비를 차등해서 내고 있다. 일종의 할인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학교 급식비 등급 결정과 급식비 납부 업무는 학교가 아닌 외부기관에서 하고 있어 학생 간 위화감 조성이나 ‘눈칫밥’ 논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