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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은퇴 교원들이 현직교사 고충 상담

퇴직교원단체 ‘교사 쉼터’ 10년째 활동
몬스터 학부모 대처, 학급 운영 조언도


일본도 한국처럼 교사가 되기 쉽지 않다. 일본 교원은 지방공무원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채용한다. 이 때문에 임용 경쟁률은 시·도와 교과에 따라 편차가 있고 한국처럼 극심한 경쟁률은 아니라고 하지만 임용시험에 합격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려운 시험에 막상 임용되고 나서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 학생지도의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등의 이유로 교단을 떠나는 교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신임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교사의 이직률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오사카부에서도 2012년 정신질환을 이유로 휴직한 교직원이 431명에 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교원들이 나섰다. 이들은 전문직이라는 긍지 때문에 교사들이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고 상의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2004년 9월, 퇴직한 선배 교원들이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충을 상담해주는 ‘교사 쉼터(教師駆け込み寺)’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올해 활동 10년째를 맞고 있는 쉼터는 교육위원회 등이 설치하는 상담창구를 이용하지 않는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시모하시 쿠니히코(下橋邦彦) 씨는 “교육현장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가능한 이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쉼터는 교원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2회 ‘교육과 교사를 말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사카시 텐노지구에서 열린 모임에는 현직 교원, 학부모, 퇴직교원 등 약 20명이 모였다. 모임에 참석한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원들이 교육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사회를 맡은 시모하시 씨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고 “교육현장에 교사가 힘과 용기를 내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날 참가한 한 40대 교사는 신규 시절 쉼터에 고민을 상담한 경험을 나눴다. 그는 “학급경영이 잘 되지 않아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며 “더 이상 교사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힘과 용기를 얻어 교사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며 “아주 소중한 단체”라고 말했다.

시모하시 씨는 공·사립고 등을 거쳐 약 37년간 교원생활을 했다. 2000년 퇴직 후 칸사이대 등에서 교원양성 관련 강의를 해 왔다. 현재는 올 4월 개학한 스이타시 소재 야마토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일본 교육현장은 90년대 들어 학부모들의 간섭과 문제제기가 늘어났다. 모든 책임을 학교에 돌리는 이른바 ‘몬스터 학부모’들을 상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여기에 교원성과평가가 도입됐다. 성과평가는 교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과를 계량화하고 호봉승급에 반영해 교사들에게 긴장과 불안을 주고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현지 교육관계자들은 성과평가가 교육현장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을 본 시모하시 씨는 교육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고민하는 후배 교사들을 방치하지 말고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줘 교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해 쉼터를 만들게 됐다.

쉼터는 매월 모임을 갖고 있으며, 5명의 퇴직교원이 받는 전화상담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교원들의 고민을 상담했다. 시모하시 씨는 갑자기 담임을 맡게 돼 격무에 시달리던 제자가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전화를 걸어 온 적도 있다고 했다. 상담 후에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교사는 지금도 자주 메일을 주고받으며 모임에 오고 있다.

쉼터 회원들은 “점점 나이가 들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는 후배 교원들을 보면 활동을 그만둘 수 없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퇴직한 선배교원들의 교육경험과 철학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활용해 현장교원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어려움을 같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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