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발표된 ‘5․31교육개혁’이 내년이면 20년을 맞는다. 자율과 경쟁, 창의, 다양화 등으로 대표된 ‘5.31교육개혁’은 발표 당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현재까지 다수의 정책으로 현실화 돼 교육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창의적 인재와 개인행복 구현을 위한 교육으로서 5․31체제는 재조명의 요구를 받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의 참신한 틀로써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세우고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한 뉴 패러다임은 무엇인지 5․31교육개혁을 다시 살펴보고 그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5․31교육개혁안 발표 당시 초․중등 교육의 자율적 운영을 위한 ‘학교공동체’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 확대와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교육 실현을 위해 학운위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그해 12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설치근거가 마련됐고 1996년 각 시도의회 조례가 제정되면서 전국 초중등학교에 전면 실시됐다. 현재는 초중등교육법에 그 법률적 근거를 두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32조에 따르면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할 안건이 학칙제정, 예․결산, 교과과정 운영 등 10여개. 이같은 권한을 바탕으로 매점설치, 교복공동구매 등 교육환경 개선과 지역적 여건에 맞는 학교 운영 지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학운위원들의 이권개입과 정치장화 등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울산에서만 2012년 지역 학운위원의 소유업체와 학교간의 건축, 인테리어, 스포츠용품 구매 등에서 불법 수의계약이 41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남에서도 학교 운영위원과 관련된 업체가 학교와 계약한 건이 102건, 금액으로는 3억 3000만원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권 뿐만 아니라 부당한 압력 등으로 교장공모제에 영향을 미쳐 교육자적 능력보다는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를 선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의 A초 교감은 “지난해 초빙공모에 지원했을 때 운영위원회에서 본교 출신의 특정인이 이미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또 경기 부천의 B초 교감도 “타지에 있는 운영위원들의 은사가 이미 내정돼 있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관내 5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지원했는데 관내 지원자는 모두 1차에서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정치인들이 학운위원으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어 학교를 정치장화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운영위원이 학부모를 만나기 쉽다는 점을 노려 개인의 표밭관리와 홍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지방의원 1118명과 국회의원 2명이 학운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준데 이어 이번 6․4지방선거로 당선된 기초․광역의원 중 상당수가 전․현직 학운위원을 이력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교육예산이 일정부분 독립적이지 않다보니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직위를 이용해 학교를 돕고 그 반대급부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를 돕는 측면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학교를 정치장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부작용이 드러나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학운위원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경남 C중의 한 교사는 “학운위원 간 갈등으로 인해 서로 자기의견을 들어달라고 매달리는 통에 심의 안건이 바뀌거나 회의날짜가 바뀌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운위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D초 교장은 “현 학운위원 제도에서는 교장이 위원으로 참여해 결정한 것을 교장 자격으로 다시 보고 받고 여기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재심요구하는 비상식적인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최근 ▲정치인의 학운위원 배제 ▲학교장 학운위원에서 배제, 교감 당연직 위원 참여 ▲학운위원 연수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건의서를 교육부, 국회 등에 제출하고 반영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학운위제도가 5․31교육개혁의 수요자중심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며 “수요자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월권으로 인해 학생, 학부모, 교원으로 이루어진 교육공동체가 대립적 관계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꼼꼼히 살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