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를 들어 더 내고 늦게 받는 연금 개혁 추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독일은 물론 OECD 주요국의 연금 정부부담률이 많게는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는 현실을 외면한 견강부회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의 정부부담률은 2011년 기준으로 보전금과 퇴직수당까지 포함해 11.2%다. 이는 OECD 주요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독일은 정부부담률이 56.7%다. 우리나라의 5배다. 반면 공무원들의 연금 기여율은 0%다. 프랑스는 정부부담률이 62.1%에 달한다. 미국, 영국, 일본도 각각 35.1%, 34.1%, 27.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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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GDP 대비 정부부담률을 산출하면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한민국이 0.6%인 반면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이 각각 3.2%, 2.5%, 1.9%, 1.7%다.
공무원연금의 정부부담률만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수급액도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액수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소득대체율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39.9%인데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모두 50% 이상이다. 각각 53.8%, 56.8%, 50.0%다.
OECD 주요국이 공적연금에 지출하는 비율의 차이도 우리나라가 단순히 외국의 연금 개혁 사례를 적용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공무원과 민간을 대상으로 한 공적연금의 총 지출률은 우리나라가 GDP 대비 1.7%로 OECD 평균인 7.0%의 4분의 1 정도다. 독일은 10.7%, 프랑스는 12.5%에 달한다. 미국, 영국, 일본도 각각 5.4%, 8.3%, 6.0%다.
공무원연금 지출률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인 GDP대비 1.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6%다. 독일이 1.7%, 프랑스가 3.2%, 영국이 1.9%, 미국이 2.5%다. 일본이 0.9%로 그나마 격차가 적다.
이처럼 너무나 다른 연금 구조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유럽의 연금 개혁 방식을 모델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독일은 정부가 연금 기여금 전액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적자가 심해 기여금은 높이고 지급액은 낮추는 모수개혁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었다”며 “정부의 보전 비율이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아주 먼 미래의 추계를 놓고 독일식 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연금제도가 성숙한 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과도하게 앞당겨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