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코스틴 세계은행 교육국장
인지 역량과 비인지 역량 동시에 갖춰야
실패 포용해야 기업가정신 기를 수 있어
교사에게 자율성 줘야 학생도 자율 배워
체리 세링킷칭 홍콩 교육부 차관
수월·평등, 관주도·교사자율도 과제
균형 유지 위해 사회적합의 필수적
혁신에는 이해관계 집단 관용 필요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가 놀라워하는 첨단국가로 성장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원동력,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 교육을 통해 이뤄낸 IT기술을 다시 교육의 질 향상에 활용하는 선순환. 세계가 바라본 대한민국 교육의 긍정적 모습이다. 그런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 해외 교육전문가들이 꼽은 것은 균형과 협치였다.
4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세계은행 교육혁신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우리 교육의 과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교육감을 지낸 클라우디아 코스틴 세계은행 교육국장은 이 날 열린 특별좌담에서 “한국은 학업성취도만 우수한 게 아니라 창의적 문제해결력에서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평가한 다음 “한국이 일류국가로 가는 길은 끝없는 경쟁과 노력만으로 점철된 길이 아니라 행복한 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복하지 않은 과도한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코스틴 국장이 강조한 과제는 인지적 역량과 비인지적 역량의 균형이었다. 그는 “학생들의 인지적 역량은 교육의 핵심 목표지만 창조경제를 교육으로 만들려면 비인지적, 다시 말해 사회정서적 역량이 필하다”고 했다.
비인지적 역량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결핍된 것으로는 ‘실패에 대한 열린 마음’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인지적 역량을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세 가지 강점은 열린 태도, 다양성, 도전정신”이라며 “교사들이 실수와 실패를 허용할 수 있어야 학생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교사에게만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그는 “이런 태도는 정책 입안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며 “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나라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코스틴 국장이 또 한 가지 주문한 것은 ‘자율성’이었다. 창의성도 도전 정신도 자율성의 바탕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리우데자네이루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에 위기학생을 위한 중학교를 만든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성적의 향상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율성을 줬다.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게 한 결과 학생들은 학업성취도까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핀란드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은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줘 이뤄진 것”이라며 “교사에게 자율성을 줘야 학생들도 자율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체리 세링킷칭(謝凌潔貞) 홍콩 교육부 차관도 ‘균형’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전세계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쟁을 차단하는 학교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며 “수월성과 평등성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교육과정 구성은 자율에 맡길 것인지 정부의 통제에 맡길 것인지 사이에서도 균형이 필요하다”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교육에서 균형 유지에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협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혁신을 통해 한 가지 영역의 의 목표를 당성하면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이해관계 집단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 집단이 변화에 대한 관용을 가져야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기조연설을 통해 "인지적, 비인지적 역량이 고르게 결합될 때 창의성이 증진된다"며 "이를 동시에 기르는 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경직된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젊은이들이 열린 마음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성공적이고 행복한 미래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