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교육계는 세월호를 시작으로 충격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연금법 개혁은 교육에 열정을 바쳐온 교원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17개 시·도 중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선출되면서 교육자치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으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은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무상급식으로 인한 교육재정 파탄은 학교현장을 더욱 피폐하게 했고 잇단 출제 오류로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수능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논의도 본격화 됐다. 10대 뉴스를 통해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2014년을 돌아본다.
1. 슬픔과 절망의 세월호 참사… 안전 불감증 화두 온 국민이 울었다. 세월호 참사는 올 한해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화두에 올린 초대형 사고였다.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한 승객과 승무원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4월15일 인천 연안터미널을 출발했지만 16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5명이 숨지고 11월11일 수색이 종료될 때까지 9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마지막까지 제자를 구했던 단원고 교사들의 희생은 특히 교육계에 큰 슬픔을 안겼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수학여행 폐지 의견이 봇물을 이뤄 학교 현장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6월에 ‘안전하고 교육적인 수학여행 시행 방안’을, 11월에 ‘교육 분야 안전종합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지나치게 단기적인 방편들이 많고, 교사들에게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2. 공무원연금 개악, 100만명 총궐기 정부와 여당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한국교총, 전국공무원노조, 공노총 등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도 연금법 개악에 반대하는 총력 투쟁을 펼쳤다. 공투본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개최한 ‘총궐기대회’에는 12만 명의 교원·공무원들이 동참해 연금법 개악에 대한 분노를 실감케 했다. 연금법 개혁으로 ‘명퇴제도 폐지’, ‘연금기득권 상실’, ‘소급삭감’ 등 소문이 돌면서 명예퇴직 대란이 이는 등 교직사회도 크게 동요됐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에 합의했지만, 개혁 속도와 논의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3. 교육감직선제 존폐 논란… 교총 헌소 제기 2010년, 2014년 두 번의 교육감 선거로 잇단 선거비리, 무상급식 등 표퓰리즘 남발, 교육의 정치장화 등 교육감직선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존폐 논란으로 이어졌다. 2기 직선교육감이 출범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이에 교총은 8월 14일 헌법재판소에 교육감직선제에 대한 위헌소송 청구를 제기했다. 헌재가 9월 15일 이를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하기로 해 교육감직선제 존폐 여부는 헌재 판결로 결정 나게 됐다. 교총은 직선제가 헌법 제31조 4항에서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조항에 위배되며, 비정치기관장인 교육감을 고도의 정치행위인 직선제로 선출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4.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 교육자치 갈등 본격화6·4지방선거 결과 17개 시·도 중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6개 시·도교육감을 배출한 데 비하면 두 배에 가까운 결과로 교육부와의 교육정책 ‘엇박자’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됐다. 실제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특채, 이재정 경기도육감의 9시등교 강행 등 출범한 2기 직선교육감들의 인사권 남용과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계속되면서 교육을 정치장화 만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은 더욱 가속화 됐다.
5. 사상 초유의 출제 오류…수능 근본 개혁 시동서울고법이 10월 16일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 논란에 대해 1심을 뒤집고 수험생의 손을 들어줬다. 수능이 끝난 지 1년 만에 출제오류가 인정돼 대입 결과가 바뀌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생명과학Ⅱ’와 ‘영어’의 복수정답을 다시 인정하면서 수능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고, 근본적인 수능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개선을 지시하자 교육부는 뒤늦게 ‘수능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수능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6. 무차별 무상교육이 불러온 교육 예산 대란 무상급식 등 무상교육 남발로 인한 교육재정 파탄은 올해 교육현장에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무상교육의 과도한 예산 잠식으로 현재 빚이 5조원에 육박한 시·도교육청들이 최근 2년 동안 교수학습활동 지원, 학교시설 개선 예산을 1조원 가까이 삭감하고, 심지어 소외계층 지원마저 줄였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시·도교육청 간 갈등도 첨예했다. 이달 초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각 지방교육청이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고 정부가 지방채 발행이자를 보전해주기로 어렵게 합의했지만 올해에 한정된 것이어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7. 시간선택 교사제도 도입…예비교사 거리로 정부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교육 분야에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교총 등 교육계는 물론이고 전국 교·사생들까지 반대하며 동맹휴업, 집회 등을 통해 철회를 요구했다. 교육계의 거센 반대로 신규는 제외하고 기존 교사 중 시간제 교사로 전환하는 제도만 시행하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내년 3월 시행을 추진해야할 시·도교육청은 여전히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학교 현장에 시간제교사를 거부정서가 대세를 이루고, 이를 집행할 시·도교육감들 역시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8. 여론 수렴 없는 9시 등교 강행, 부작용만 속출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된 ‘9시 등교’는 대책 없는 강제로 학교현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학생, 교원의 생활패턴을 바꾸는 큰 정책임에도 여론 수렴이나 시범운영 없이 바로 시행돼 논란은 더 컸다. 9시 등교에도 학생들의 피로감은 줄어들지 않았고, 아침 스포츠활동 및 다양한 창체 활동 축소됐으며 오히려 하교시간이 늦어져 학생 안전문제가 대두되는 등 많은 부작용들이 속출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학생, 교원들의 반대에도 내년 시행을 예고해 논란을 빚고 있다.
9. 해직자 9명과 바꾼 합법지위…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소송에서 6월19일 패소해 1999년 합법화된 지 15년 만에 법외 노조가 됐다. 핵심 쟁점은 전교조 조합원 중 9명인 해직교사, 즉 ‘교원(근로자)이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할지 문제다. 전교조는 항소했고, 서울고법이 19일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법외 노조에 대한 판단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이와 함께 법원이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여 항소심 판결이 선고 될 때까지 전교조는 일단 합법적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10.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 교육부와 법적 다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나서면서 교육부와 갈등을 빚었다. 조 교육감은 25개 자사고 중 14개교를 재지정 평가해 6개교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고, 교육부는 취소 시정명령으로 맞대응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시정명령을 거부, 대법원에 ‘직권취소 무효 확인 소송’을 제소하겠다고 밝혀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한편 지정취소 논란에도 서울지역 자사고 평균 입학경쟁률이 1.70대 1로 지난해 1.58대 1보다 오히려 올라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무색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