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시장과 해운대 해수욕장, 국제시장, 광안리에서 들을 수 있는 방언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20일 오전 10시 부산 금강초 4학년 3반 교실 국어 시간. ‘우리말 여행을 떠나요’ 단원을 통해 방언과 표준어를 알맞게 사용하기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일일교사로 나선 이정은 대구교대 학생은 부산의 유명한 명소에서 들을 수 있는 방언을 발표토록 하고, 다시 ‘부산의 홍보대사’로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표준어로 알리는 활동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정은 학생은 “교과서에는 여러 지역의 방언이 나오는데 부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 부산 방언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간은 4학년 4반에서 같은 단원으로 다른 예비교사가 수업을 했다. 우정인 한국교원대 학생은 표준어와 방언을 사용하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중점 활동으로 접근했다. 부산출신 아나운서가 전국 뉴스방송을 하는 상황과 해운대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사진을 대비시킨 자료, 부산 출신 의사가 서울 아이와 지역 동창을 진료할 때의 사진을 대비시킨 자료 등을 활용해 판단 기준을 설명했다.
대회 비평부문에 참가한 서은주 대구교대 학생은 “4명의 다른 교사들이 같은 단원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게 돼 도움이 됐다. 다양한 수업 방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등 10개 교과의 같은 단원, 다른 수업을 한 자리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수업 탐구대회. 예비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흥미와 의미를 주기 위해 고심했던 새로운 활동들을 이날 선보였다.
염승열 춘천교대 학생은 5학년 사회 수업시간에 조선의 건국 과정을 가르치며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했다. 오늘의 단원을 아이디로, 배울 내용을 비밀번호로 적어 로그인하자 친구 목록에 뜨는 우왕, 최영,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 등 역사 속 인물을 보고 아이들은 환호했다. 요동정벌에 대한 최영과 이성계의 갈등은 메신저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다가 ‘통신장애로 네트워크를 해제합니다’라는 공지를 띄어 아이들에게 뒤에 이어질 대화를 만들어보도록 하는 활동으로 진행했다. 염승열 학생은 “보통 역사 수업은 강의식으로 진행되는데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메신저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간 안배를 잘못하거나 아이들과의 소통을 적절히 끌어내지 못한 초보 교사의 실수가 드러난 수업도 있었다.
부산교대부설초 5학년 음악 수업을 맡은 김나경 제주대 학생은 수업 종료 5분 전에서야 핵심 활동인 ‘뮤지컬 빌헬름텔’ 만들기를 시작해 결국 활동 발표도 없이 급하게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김나경 학생은 “다양한 시각적 도구를 활용하는 저학년 위주로 교생 실습을 했다. 고학년인 것을 감안 않고 똑같이 시각 자료를 많이 보여주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아이들이 이전 수업에서 배워서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준비했는데 질문에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아 수업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좋은 수업 탐구대회는 이같은 수업 실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교과별로 수업 실연한 학생과 비평문을 작성한 학생, 심사를 맡은 5명의 교수와 수석교사, 전문직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협의회를 갖는다. 예비 교사의 창의적 시각, 교수의 이론, 현장 교원의 경륜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조용훈 청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표준어와 방언을 알맞게 사용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라고 한 것이 좋았다. ‘알맞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분의 수업을 통해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변순자 제주 도남초 수석교사는 “교사는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이지,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최근 교육 사조에서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능력이 있고 협력해서 수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둠장, 이끄미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고 조언했다.
류현아 진주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발문을 통해 다양한 사고를 이끌어내려 했으나 예, 아니오 대답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계획할 때 학생 수준을 충분히 고려해 발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명섭 대구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예비 교사들에게는 ‘좋은’ 수업보다는 ‘꿈꾸는’ 수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입은 5분이라고 정해진 목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때로는 도입 부분에서 학습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한 시간 이상을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각의 수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