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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육감 지시 따랐는데 훈·포장 대상 제외 말이 되나

전북도교육청 공문 강권 때문에
학폭 미기재, 감사 불응 교장들
2월 포상 명단에서 빠질 위기
교총 "억울함 없게 구제해야"

전북도 내 전·현직 교장들이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부 지침을 거부하고 이에 대한 감사에도 응하지 말라는 교육감 지시를 따랐다가 훈·포장 수여 대상자에서 제외될 처지에 놓였다. ‘학폭 미기재(업무처리 부당)’와 ‘감사 거부’로 포상이 제한되는 징계처분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월말 퇴직을 앞두고 훈·포장 추천 대상 명단을 마련하고 있다. 30년 이상 재직 교원에게는 징계 등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재직기간에 따라 근정훈·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2012년 학폭 학생부 기재를 두고 교육부와 일부 진보교육감이 갈등을 겪는 와중에 교육감 지시를 따른 일부 교장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중 ‘학생부 미기재’ 건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이 열렸다. 대법원이 지난해 9월 "학생부 기재 관련 지도·감독을 ‘자치사무’로 보고 교육감 방침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으므로 나중에 이것이 ‘국가사무’로 밝혀져 법령을 위반한 결과가 됐어도 징계사유는 될 수 없다"며 징계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이 판결에 따라 미기재로만 징계요구 대상에 오른 교원에 대해선 훈·포장을 수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 거부’에 대해선 대법원이 "교육부 장관이나 감사활동 수행자의 감사에 협조할 법령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징계의결 요구 신청을 명령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 여전히 구제가 어려운 상태다.

학폭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징계의결 요구 대상에 올라 훈·포장을 받을 수 없었던 전북 전·현직 교장 31명 중 24명이 이에 해당한다. 24명중 5명만 현직이고 19명은 이미 퇴직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징계처리 절차가 지난해 12월까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포상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포상 추천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징계를 받았다면 말소 기간(강등 9년, 정직 7년, 감봉 5년, 근신 3년, 견책 3년, 불문경고 1년) 이후 포상이 가능하다.

전북도교육청은 뒤늦게 이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해 12월에서야 부랴부랴 징계위원회를 열어 현직 교장 5명중 3명에 대해서는 불문 처리하고 2명에 대해선 불문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교육부는 징계처리 과정의 공정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퇴직 교장의 경우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교원 신분이 아닌 사람에 대해 교육청이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교장들뿐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특히 교육부 지침과 감사에 대한 불응은 반강제해놓고 문제 해결엔 소극적인 교육청에 대한 원성이 높다.

A교장은 "교육청이 학교에 감사에 응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고 교육감이 교장단협의회에서 감사에 응한 일부 교장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를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B교장은 "교육청 혁신과장이 학교마다 전화해 감사 확인서에 서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전북도교육청의 징계절차 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C교장은 "2012년 당시 퇴직을 앞둔 교장들 중에는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교육청에 ‘차라리 불문경고’를 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때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두려워 주저하던 교육청이 이제 와서 어떤 사람은 불문에 붙이고 어떤 사람한테는 불문경고를 내린 뒤 내년에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학교에 ‘감사 확인서를 써줄 필요 없다’는 공문을 보내 사실상 감사에 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교육감 뜻에 따랐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교육에 헌신한 분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교육부가 꼭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감사를 거부해 징계의결이 요구된 교원에 대한 훈·포장 수여는 불가하다"면서도 "교육부의 공식적 방침은 이달 중순 열리는 공적심사위원회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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