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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부장교사의 고달픈 하루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덕분에 올해도 학급수가 감축되면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 여덟 분의 자리가 또 비워졌다.

새 학기 첫날, 그 선생님들이 맡았던 업무들이 남은 교사들에게 나눠졌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빗발쳤다. 청소 담당구역을 지정하는데도 몇 군데는 담임교사, 부장교사 할 것 없이 2곳, 3곳 겹겹이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 청소 업무 하나만도 지도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내 방으로 들어온 24개의 공문은 꼼꼼히 읽지도 못하고 담임을 맡고 있는 세 분의 우리 부서 선생님들께 7, 8개씩 배분해야했다. 신학기 학생 생활지도 계획, 학업중단숙려제 운영계획, 학교안전계획(신설),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계획 등 굵직굵직한 공문은 내 차지로 돌려놨다. 아마 한 달쯤은 밤을 새워야 나올 계획들이다. 교육부에서 ‘안전부장’을 신설하라는 것도 그냥 내 몫이 돼 버렸다.

아침에는 앞으로 교문을 지켜주실 학생보호인력 담당 어르신 면접과 연간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등교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맞이했다. 이어 교통지도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한 숨을 돌리려는데 또 이내 일이 터졌다.




새로 복학한 3학년 여학생이 같은 반 후배 여학생과 화장이랑 교복변형을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이다 이내 후배 머리에 침을 뱉고 학교를 나가 버린 것이다. 전화 통화 끝에 가까스로 설득하고 오후 3시 경에는 어머님과 학년부장, 담임교사와 함께 1시간 여 상담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복학이 원인인 듯 보였다. 상담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나가 버리겠다는 통에 진땀을 빼야했다.

그 와중에 오전에는 강당에서 1100여명의 학생들을 3시간에 나눠 학교 폭력예방교육을 했다. 그리고 오후에 2시간 수업을 하고 나니 저녁 무렵 퇴근 할 기운마저 없어 그냥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것이 중학교 학생생활(안전)부장의 3월 새 학기 2일차 풍경이다.

2주전 농협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장난삼아 물었다.

“너 중학교 부장교사가 부장 수당 얼마 받는지 아냐?”

“글쎄….”

“월 7만원.”

친구가 헛웃음을 치고야 만다. 우스웠나보다.

“중소기업도 부장 달면 연봉이 어마하게 올라가지?”

“그렇지.”

7만원 안 받고 차라리 부장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니다. 7만원은 고사하고라도 제발 ‘수업준비’라는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수업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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