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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바둑판 위에서 인생의 이치 알려주고파”

최돈승 전 강원 포남초 교사…바둑으로 인성교육
삶의 축소판…욕심 버리기, 예의범절 익히기 효과
“집중력‧두뇌 향상 효과 보려면 꾸준히 배워야”



“‘득호우(得好友).’ 따라 해보세요~ 바둑을 두면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2일 오후 강원 대관령중 방과 후 바둑교실. 최돈승(66) 전 강원 포남초 교사가 칠판에 커다랗게 ‘득호우’라고 썼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바둑을 두고 나면 친구가 돼요. 마주 앉아 고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나이를 떠나 여러 사람과 친분을 맺을 수 있죠. 바둑을 두면 다섯 가지 이로운 점을 얻을 수 있다는 ‘위기오득(圍棋五得)’ 중 하나입니다.”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바둑을 배우려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날 수업은 ‘세력 확충의 기반을 구축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최 교사가 “자기의 진영을 튼튼히 하려면 ‘굳힘’을 잘하고 숨구멍을 많이 내야 한다”며 돌을 놓자 선생님 바둑판과 같은 모양으로 돌을 올리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2012년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대관령중에서 3년째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 최 교사는 높아지고 있는 바둑의 인기를 반겼다. 그는 “‘바둑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삶에 다양한 교훈을 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바둑의 유명한 잠언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부득탐승(不得貪勝)’은 학생들에게 ‘욕심을 버리는 법’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부득탐승은 ‘승리를 탐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기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욕심이 생기고 승리에 집착하게 돼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피강자보(彼强自保)’라는 말은 적이 강하면 나부터 지키라는 뜻입니다. 상대의 집이 커보인다고 해서 무모하게 싸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돌 먼저 보살펴야 한다는 거죠. 우리 인생도 똑같습니다. 욕심 부리면 손해 보기 십상이잖아요. 때로는 포기할 줄도, 돌아갈 줄도 아는 인생의 이치를 바둑판 위에서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아마 5단인 최 전 교사는 강릉시바둑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강원도 바둑대회에 강릉시 대표로 참가할 만큼 바둑 애호가다. 일주일에 한번 주문진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바둑교육 봉사도 한다. 초등학생 때 우연히 친구에게 배운 바둑에 꽂혀 기원에서 여러 사람과 겨루기를 하며 혼자만의 힘으로 지금의 실력을 키웠다.

그는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몸으로 부딪치며 어렵게 배운 바둑이기에 학생들에게는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싶다”며 “실력 차가 나더라도 자주 겨루면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사성과 예의범절 등 바둑의 인성교육적 효과가 재조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시작할 때는 ‘잘 배우겠습니다’, 끝날 때는 ‘잘 배웠습니다’라고 하는 상호간의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알게 해주죠. 가족 간 소통의 매개도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둘 만 있어도 할 수 있고,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죠. 할아버지, 아버지와 바둑을 두면서 가족 간에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할 수 있어요.”

바둑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바둑을 제대로 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입시압박 때문에 막상 꾸준히 배우는 학생은 드물다”며 “집중력 향상, 두뇌 회전, 정서적 안정 등 바둑의 교육적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보다 끈기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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