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덕 윈드오케스트라는 학교에 효자 같은 존재예요. 폐교 위기였던 학교를 살려냈고 구성원들을 가족같이 돈독하게 묶어주고 있죠.”(김태훈 교장)
12일 경기 삼덕초 오케스트라 연습시간. 이날은 특별히 교내 학교숲에서 야외수업이 진행됐다.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튜바 등 관악기들이 제법 힘 있는 소리로 뻗어 나갔다. 소리를 듣고 나온 1~2학년이 주변을 둘러싸자 교내 학교숲은 어느덧 무대가 됐고 교정에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삼덕초는 6학급 소규모학교다. 이 학교의 자랑은 3학년 이상 전교생이 참가하는 윈드오케스트라. 삼덕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교가 거론되는 시골의 작은 학교였다. 인근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큰 학교로의 전학도 늘어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됐다. 그런 학교를 살린 건 지난해 최중필 교감의 아이디어로 창단한 윈드오케스트라였다.
악기는 동문회의 도움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조성호 지도교사는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문들이 3000만원 가까이 지원해줬다”며 “동문들의 학교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3학년 이상 전교생이라 해도 38명뿐이지만 악기를 다뤄본 경험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주 1회 전교생 오케스트라 통합수업을 진행하고 주2회 방과 후 수업에서도 개인 실기 연습은 물론 화음을 내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에는 평택시신문만들기대회 찬조공연, 학생문화예술어울림한마당 발표, 양로원 위문 봉사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조 교사는 “박자도 못 맞추고 계이름도 잘 몰랐던 녀석들이 이제는 자기 소리를 넘어 친구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시골학교가 음악 하나로 몰라보게 풍요로워졌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함께 호흡하며 학생들의 인성과 협동심이 향상됐고 여러 공연활동을 통해 자기효능감도 높아졌다”며 “특색 있는 교육이 소문나면서 지난해 2학년 20명, 1학년 24명이 입학했고 현재도 꾸준히 전입요청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한 동문은 일부러 이사를 와 자녀를 삼덕초에 전학시키기도 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평균 학생수가 9.5명인 것에 비춰보면 입학생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동료교사들도 학생들 음악지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삼덕초 교사 8명 중 6명은 악기 지도가 가능하며 조성호 지도교사를 도와 틈틈이 교육활동을 보조하고 있다. 교장‧교감 역시 음악에 조예가 깊다. 최 교감은 “우리 학교는 참 복 받은 학교”라며 “지도교사는 물론 새로 오시는 선생님마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은 중창단 활동을 해오셨고 저 역시 클라리넷 동호회에서 활동하다가 오케스트라 지도를 위해 트럼펫과 호른도 배우는 중이예요. 새로 부임한 임소진 선생님은 플롯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분이고요 김기웅 교사는 올해 직접 작사‧작곡한 동요로 ‘KBS 창작동요대회’ 우수상을 받았어요. 게다가 숙직기사님까지 밴드부 출신이라고 합니다.”
오케스트라는 학교와 마을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학교는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수업을 진행한다. 실력이 쌓이면 함께 학생지도에 나서기 위함이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변화를 보고 함께 연주하고 싶어 배움을 자청하고 있다”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실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알토섹소폰을 연주하는 곽희윤(6학년) 양은 “처음에는 자신도 없고 귀찮아서 도망 다니기도 했는데 이제는 여러 소리가 어우러져서 하나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며 “작년 요양원 공연 때 할머니들이 박수치며 좋아해주셨던 순간이 가장 뿌듯했다”고 전했다.
학교는 향후 1인 1악기를 넘어 심화교육 학생들의 경우 1인 3악기까지 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발표대회 참가는 물론 양로원 봉사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