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가 6살 아들 로안과 함께 분필을 줍기 시작하자 둘째인 4살 킴도 오빠를 따라 한다. 두 자녀를 둔 패니는 부모교육을 받은 후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실감하고 있다. 패니는 “전에는 아이들에게 당장 정리 안하면 화낼 거라고 소리부터 쳤다”며 “부모교육을 통해 좀더 교육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체벌 없이 자녀 키우기를 위한 부모교육을 실시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는 아동에 대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학부모에게 자녀의 잘못을 고쳐줄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체벌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아이와 청소년을 방치, 착취, 학대로부터 보호한다’는 헌장 조항을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역할이나 노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식 있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아뜰리에(atelier·연구회)를 구성해 바람직한 아동 교육 방법에 대해 공부하며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을 학교에만 맡기기보다는 가정에서 더 세심하게 관찰해 적절한 교육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라진 교육환경도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심리치료사 이자벨 필리오자는 “컴퓨터 중독, 맞벌이 가정 확대 등 과거와 다른 문제가 등장하고 온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교육 아뜰리에의 수업료는 보통 하루 2~3시간으로 1회당 20~30유료(한화 2만 5000~4만원) 정도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소 대여나 비용을 보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장소 대여비나 강사 섭외료 등으로 활용한다. 남성의 참여도 20%에 이를 정도다.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개별 수업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할 만큼 인기다.
교육 내용은 보통 부모와 자녀 사이의 구체적 소통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동심리학자 하임 기노트(Haim Ginott)의 이론에 근거해 구체적인 실천법을 소개한 두 작가 페이버 아델(Faber Adele)과 일레인 마즐리시(Elaine Mazlish)의 저서인 ‘How to talk so kids will listen&listen so kids will talk’를 토대로 하고 있다. 부모들에게 평소 사용하는 언어를 확인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해 아동 심리와 의사 전달을 위한 적절한 언어 선택 방법 등에 대해 가르친다.
학부모들은 부모교육을 통해 아이와의 관계 개선, 부모의 권위, 올바른 훈육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인 세브린 카바일은 “체벌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 자체가 폭력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4세, 7세 두 아이를 둔 나다 지리켄은 “부모교육에서 배운 것을 실천했을 때 처음에는 어색하고 남편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이제는 그 효과를 경험하고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도 부모교육 확산에 동참해 지난 4월 출산을 앞둔 부부를 대상으로 15쪽의 책자를 발송했다. 임신부터 출산에 대한 국가의 지원 정보를 담고 있는데 올해는 ‘체벌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내용도 넣어 부모의 의무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