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창간 55주년을 맞아 한국교육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획 ‘한국교육신문의 미래, 교원에게서 찾다’를 마련했습니다. 유치원·초·중·고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 대학 교수 등 교육 주체인 교원들의 고민과 어려움, 바람 등을 듣고 교육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합니다. 이는 본지가 재창간의 마음으로 향후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55돌 맞은 한국교육신문의 역할은 창간 55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응한 교원들은 본지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특히 교육 언론의 비판 기능 강화,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성, 전문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보 소개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김성규 경기 당촌초 교장은 “교사들이 읽고 싶고 기다리는 신문이 되려면 교직생활 우수 사례, 수업 아이디어, 특색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소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옥영 충북 속리산중 수석교사도 “현장에서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교수-학습과정안과 수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수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결과물을 곁들인다면 수업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슈가 되는 교육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평엽 경기 효명고 교감은 “교직이 신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교사의 무능과 비윤리적 행위는 질타하고 귀감이 되는 사례는 발굴해 지속적으로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희 서울성산초병설유치원 교사는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관련 기사를 보도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고, 심혜정 강원 와수초 교사는 “교직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최신 교육 이론과 연구 논문, 학회·세미나 소식 등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권 추락, 열악한 환경, 경쟁 부추기는 입시제도… 교육의 참의미 무색해져 본지에 대한 교원들의 기대가 높은 건 녹록치 않은 현실이 그 이유였다. 특히 교권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요자 중심 교육이 강조되면서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를 경험하는 교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선희 교사는 “자녀의 말만 듣고 전후 사정은 살피지도 않은 채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학부모, 교사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규 교장도 “학생을 지도하는 일도 어렵지만, 학부모와의 갈등이 더 고민스럽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교사들의 교육활동 하나하나를 모니터링 하고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열악한 교육 환경도 고민이었다. 심혜정 교사는 벽지학교에서 근무한지 3년째다. 군사접경지역에 위치해 교육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적지 않다. 심 교사는 “이곳은 교통이 불편하고 현장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용철 서울 주몽학교 교사는 “교직 경력 20년이 됐는데도 특수교육의 현실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를 모두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매년 장애 정도와 특이점이 다른 지체장애 학생을 지도하다 보니, 대처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특수교육의 특성에 맞는 전문 연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 경쟁 중심 입시제도 때문에 교육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학교에서 인성생활부장을 맡고 있는 오두원 전주 서곡중 교사는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다 보면 학교 현장과 유관 기관과의 연계가 아쉽다”고 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지도하는 차원에서 지역기관에 사회봉사를 위탁하는데,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걸 목격한 탓이다. 오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사회봉사는 놀러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고3 담임인 임남극 대전 우송고 교사는 점수와 결과에 초점이 맞춰진 입시제도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잦다. 그는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진로를 고려해 진학 지도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점수, 가정 형편에 맞춰 지원을 유도해야 할 때 교사로서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우리 교육,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교원들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변화해야 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교육의 목적과 본질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희 교사는 ‘전인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지식을 강조하는 교육은 학생들을 경쟁하게 만들고 인성을 메마르게 한다”면서 “인성·체험 중심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최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제는 학교에만 모든 교육을 맡길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교육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교육부와 지역교육청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정작 피해를 보는 건 학교 현장이기 때문이다. 오두원 교사는 “교육은 그 방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면서 “일관된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만 학교 구성원들의 혼란이 줄어든다”고 했다. 심혜정 교사도 “교육은 그 어떤 분야보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이랬다저랬다, 혼란스러운 교육 정책은 학생들을 힘들게 할 뿐”이라고 전했다. 윤희중 한국폴리텍대 교수 또한 “교육은 개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디딤돌인 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백년대계’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입시제도의 변화도 요구했다. 임남극 교사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시 결과와 성적에 민감한 세태, 문과 기피현상이 심화되는 현상을 이유로 들었다.
김평엽 교감은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인의예지’를 갖춘 인재로 자라게 하려면 보다 엄격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사’다 스승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요즘이지만, 교원들은 교육자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잊지 않았다. 처음 발령 받아 학생들을 만났을 때의 설렘과 기대,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 더 나은 수업을 향한 열정을 가슴에 품었다.
올해 3월 첫 발령을 받은 김슬비 인천 남촌초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옥영 수석교사도 “삶의 목표를 찾도록 돕는 안내자이고 싶다”고 했다. 이 수석교사는 학창 시절,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한 적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땐 모든 게 무의미 하더니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기자 실천할 힘이 생겼다. 그는 “목표를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며 “남은 교직 생활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꿈을 설계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평엽 교감은 초임 시절,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디딤돌’이 되고자 했다. 학업과 인성을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애정을 담은 회초리도 들었다. 김 교감은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주인공처럼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교사를 천직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윤희중 교수에게 제자들은 자식과 같다. 윤 교수는 “제자들에게 ‘아버지’ 같은 교수가 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