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각 장애 교사들이 교수 활동에 필요한 보조 기기나 인력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고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A특수학교에 재직 중인 B교사는 시각장애인 1급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다. 그는 실습 교육이 중심인 전공과를 맡고 있지만 옆에서 도와줄 보조 인력이 없어 막막하다.
A교사는 "전공과는 교재가 없어 그림이나 사진을 활용해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보조원이 없다보니 작업이 쉽지 않다"며 "수업 중에 계량을 하거나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일들을 처리 못해 수업 진행이 어렵거나 다친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용 후 보조원에 대해 문의했더니 교육청은 학교에, 학교는 교육청에 알아보라고 할 뿐 결국 지원이 안됐다"고 말했다.
그마나 보조원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 C중 김 모(시각장애인 1급)교사도 상황이 크게 낫지 않다. 보조원을 고용 기간이 10개월로 한정된 계약직으로 뽑다보니 학기 중 보조원이 없는 시기에는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2년 새 보조원이 벌써 네 번째 바뀌었다.
김 교사는 현재 보조원을 통해 학생 수업 태도 관리, 시험지 채점, 나이스 업무 등에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낮은 처우가 걸림돌이다. 김 교사는 "보조원의 역량에 수업 효과에 차이가 있는데 처우가 낮다보니 단순 보조자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 대부분이 종이 인쇄물 형태로만 제공하는 것도 문제다. 시각 장애 교사들이 활용하려면 점자로 전환되거나 컴퓨터 음성 프로그램으로 접근 가능한 파일 형태로 지원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점자로 전환할 수 있는 단말기나 음성 프로그램, 확대 독서기 등 보조기기도 전혀 지원되지 않다보니 교사가 자비 구입까지 해야 하는 실정이다. 소득이 있어 대여 지원 사업 등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2006년 대학 때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대여했던 점자정보단말기를 지금까지 쓰고 있어 고장이 잦다"며 "500만원 이상의 고가 장비를 사비로 마련해야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교과서 등 학습 자료를 점자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를 하지만, 대상이 주로 진학 학년이 정해진 학생이다보니 신청 기간도 2학기 중으로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해 가르칠 학년을 미리 알 수 없는 교사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교과서 출판사에 요청해 파일을 받고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사비를 들여 점자책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데 학년 초에 하다보니 시간이 촉박하다.
일부 지도서의 경우 시각장애 교사를 위해 읽기용 PDF가 제공되고 있지만 단원별이나 주제별 구분이 안돼 필요한 부분을 찾으려면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
서울 D특수학교 박 모 교사는 "매주 자립생활센터에 가서 봉사자들에게 다음에 가르칠 단원 부분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각급학교에 배치된 시각장애 교사는 약 570명 정도로 추정된다. 시·도 교육청에서 장애 교원에 대해 유형별로 관리를 하지 않다보니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보조원이 지원되는 1급 시각장애인을 제외하고는 장애 유형이나 등급에 따라서 구분해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장애 교원 전체 숫자는 파악하고 있지만 유형별·등급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시각 장애 교사의 정확한 숫자, 장애 정도를 모르다보니 지원책도 시도 별로 제각각이다. 서울, 인천, 충남, 대구, 대전교육청은 보조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나머지 시도는 없다. 결국 학교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고용해 지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장애인 공무원에 대해 보조공학 기기나 보조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아직 예산이 부족해 충분한 지원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헌용 한국시각장애교사회 회장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장애 교원 지원 업무를 책임 업무로 분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 수업과 직결된 만큼 보조기기나 보조인력 지원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장애 교원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은 올해 교육부와의 교섭 과제로 장애인 교원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 장애 교원은 1.14%로 고용노동부가 설정한 의무고용률 3%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교총 관계자는 "향후 장애 교사들의 수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육 당국이 이를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