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창고의 사례
발표·토론 중심으로 수업 재구성
학생 가능성에 초점 맞춘 시상제도
1인 1기 프로그램으로 인성·감성교육지난 18일 서울 인창고 교무실. 다음 날 고3 대상으로 진행할 자기소개서 작성법 특강 준비로 분주했다.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과 담아야 할 내용 등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한 강의다. 임병욱 교감이 내민 강의 자료는 수십 페이지에 달했다. 직접 분석하고 정리한 노하우가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그는 “수시 모집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매년 학년별로 정기 특강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인창고는 서대문구 지역 중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핫’한 학교로 손꼽힌다. 학생 맞춤형 수업과 특색 있는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특히 최근 대학 입시에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수시 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강한 학교로 입소문이 났다. 실제 인창고는 2016학년도 대입에서 87명을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시켰다. 그중 80명이 학종으로 합격증을 받았다.
인창고는 9년 전부터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대비해왔다. 수능 중심 학생 선발이 불러온 부작용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사교육 과열과 교실 붕괴, 내신과 수능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점, 학생의 능력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임 교감은 “학교생활에 열심인 학생이 인정받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주목했다”며 “교사들과 함께 입시 전형을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현재의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창고는 모든 교과 수업을 토의·토론 중심의 협동 수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업 시수 5시간 중에 3시간은 기본 개념과 이론을 배우고 2시간은 학생들이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식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수시로 교과·학년별 협의회, 셰어링(sharing) 회의를 열어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교과 수업과 연계한 동아리(48개)도 운영한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R&E(research & education) 학습 동아리’는 주목할 만하다. 자기주도학습에 기반을 둔 R&E 동아리는 학생들이 직접 운영 계획을 세워서 공모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학교는 활동 목표와 계획 등 적정성을 심사해 대상을 선정한다. 지도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멘토 교수단이 지도에 나선다.
임 교감은 “9월경 R&E 학습 동아리 발표대회를 열어 활동 내용이 우수한 동아리를 대상으로 학교장상을 수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결과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어떤 탐구 과정을 거쳤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학생의 가능성과 발전 여부를 기준으로 한 교내 시상제도도 눈길을 끈다. ‘교육여행 우수활동상’과 ‘교내 체육대회상’이 대표 사례다. 교육여행 우수활동상은 수학여행이나 야외 활동에 최선을 다한 학생에게 주어진다. 가령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10시간 동안 한라산을 완주하고 인증 사진을 보낸 학생이 수상 대상이다. 교내 체육대회도 체력 약한 학생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발 투호’ 같은 종목을 운영한다.
임 교감은 “학생 누구나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교내 대회와 시상제도를 운영한다”면서 “교과·비교과를 통틀어 90개의 교내대회를 마련한다”고 전했다.
고교에서 등한시하기 쉬운 예체능 교육에도 공을 들인다. 학종이 지성과 인성, 감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은 음악 수업과 연계해 밴드를 조직하고 악기를 배운다. 학년 말에는 50여 개 팀이 1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경연대회도 열린다. 임 교감은 “1년간 꾸준히 실력을 쌓아 합주까지 해내는 과정은 그 학생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남도교육청의 사례
대입정보센터로 지방 열세 극복
‘찾아가는 교원 설명회·연수’ 진행
수도권 대학 초청 진학박람회 개최경남도교육청은 학종을 열악한 교육 환경을 극복할 기회로 만들었다. 유승규 중등교육과장은 “수능 성적으로 보면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하위권이지만, 학종을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 상위권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지역이 학종에서 성과를 거둔 건 도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이다. 대입 정보에 목 말라하는 학교·교사·학생들을 위해 ‘대입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지원에 나섰다. 교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대입 연수·설명회’를 실시하는 한편 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모의 면접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22일과 23일에는 도내 고3 학생 400명이 참가하는 ‘학종 캠프’를 열었다.
유 과장은 “진학을 담당하는 교사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의식 연수는 효과가 낮다고 판단해 대입 전문가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전했다.
매년 ‘대학진학박람회’도 개최한다. 올해는 16일과 17일 이틀간 경상대에서 열었다. 수도권 대학 30여 곳을 포함해 전국 79개 대학이 박람회를 찾았고, 참여 인원만 2만 5000여 명에 달했다. 유 과장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대입 정보를 얻고 입학사정관들은 경남 지역 고교의 상황과 학교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며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