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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길 잃은 양을 찾아 떠난 목자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질문 하나. 지금 가르치는 학생 중에 ‘그 애만 없다면 참 가르칠 만한데…’ 생각되는 아이가 몇 명이나 떠오르는가? 그런데 사실 그 아이만 없으면 가르칠만한 게 아니라 그 아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교원이 없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학생들만 있다면 우리 사회가 굳이 선생님을 교실 앞에서 서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은 그 아이들이 선생님의 존재 이유이고 밥줄이다. 내일 그 아이를 만나면 손을 붙잡고 아니면 껴안아주며 혼잣말로 되뇌어 보라. ‘그래, 네가 내 존재이유이고 밥줄이라고 하더라. 고맙다.’

자기가 가르치는 어떤 학생이 문제로 인식되면 관심을 갖고 더 큰 사랑으로 지도하기보다는 가능한 피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면 문제아로 판명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어떤 마음 자세로 대해야 할까?

교사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초등교사는 학생을 가르친다고 답하고, 중등교사는 특정 교과목을 가르친다고 답한다고 한다. 대학교수도 아마 중등학교 교사와 유사하게 자기가 전공하는 교과목을 가르친다고 답하거나 아니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가를 설명할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은 배우는 학생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고, 내용을 가르친다고 답하는 사람은 가르치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다. 후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주로 관심이 있어 배우는 학생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혹시 배움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교수에게 부족한 점 중의 하나는 길 잃은 양에 대해 관심을 잘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부의 경우 초・중등학교에 비해 교수와 학생들 사이의 거리가 더 멀고, 강의 시간 중에는 한 인격체와 인격체 간의 만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로부터 소외된 교수와 학생간의 만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학생이 결석을 해도, 누가 항상 지각을 해도, 아니면 수업 중에 상습적으로 졸아도 그냥 남처럼 스쳐 지나치는 교수들도 있다. 길 잃은 양을 찾아 떠난 목자의 비유는 모든 학생들에게 고루고루 관심을 쏟고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관심과 시간을 더 많이 기울이는 것이 ‘선생님’의 길임을 가르쳐준다.

알고 보면 인류의 3대 성인은 모두 결손가정 출신이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梁紇)은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무인이었는데 아들이 없어서 무당집 딸과 야합해 낳은 아들이 공자다. 공자 세 살 때 그가 별세해 공자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 부인은 아이를 낳은 지 7일 만에 출산 후유증으로 세상을 떴다. 석가는 이모인 마하파자파티의 손에서 자랐다. 예수도 비(非)기독교도의 시각으로 보면 양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 늘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있다. 소위 결손가정 아이라고 일컬어지는 학생이 자기 반에 있거든 경배하라고. 이들은 성인이 될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라고.

물론 이런 식으로 행동과 관점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정형화된 틀(person prototype)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도 학생들을 이해하고자 할 때 이런 틀에 비춰 판단하게 된다. 자신이 갖고 있는 틀에 맞는 행동을 할 때 더 잘 기억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장배경이나 특성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고 학급을 경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 이해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학생에 대한 자료를 일부러 외면하기보다 자료를 보되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

가르치는 길목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핵심역할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는 데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더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는 필자의 블로그 글(http://goo.gl/Su3sB4)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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