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중학교는 경기도 일산의 신도시로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고, 주변의 교육 환경이 꽤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런 탓에서일까? 한 반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3-4명은 되고, 고교 진학 희망은 대부분 인문계를 선호하며, 특수 목적고 진학을 위하여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 내신 성적을 관리한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한 반 40명의 학생 중 30명 이상이 학원 수강을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최고 관심사는 역시 성적 올리는데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생활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고민 끝에 학급운영동호회 ‘비빕밥’(이하 동호회 ‘비빕밥’ )을 만들어 교사들은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 즐겁고 기쁨이 넘치는 학교, 학부모는 아이를 믿고 맡기는 학교, 더 나아가 교사들의 마음까지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기로 했다. 사실 모두가 공감하는 동호회 ‘비빔밥’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학부모·교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의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갈 때 교육은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신일중학교의 아름다운 동행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첫째, 동료·선후배 교사 간 학급운영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동호회 ‘비빔밥’ 활동을 통하여 친목을 도모하고 전 교직원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교사·학생·학부모의 진정한 인간관계 수립을 위해 학급활동과 체험학습에서 사제동행은 물론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서로 간에 신뢰 회복에 힘쓰는데 있다. 셋째, 콘크리트 건물, 문제집, 경쟁에만 머물러 있는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삶의 현장, 자연친화적인 교육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것이다. 넷째, 미래의 주역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삶의 체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참여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작지만 힘찬 발걸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아이들은 매일 매일 새롭게 변신한다.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생활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이 오고 싶은 즐거운 학교, 늘 즐겁고 기쁨이 넘치는 학급을 만드는 데 있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 학교의 동호회 ‘비빕밥’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더욱 창의적이고 바람직한 학급운영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되어 동료·선후배 교사간의 학급운영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친목을 도모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보여 준다.
그럼 동호회 ‘비빕밥’이 하는 일을 드려다 보자.
동호회 ‘비빔밥’은 참여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뭘 할지가 정해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급 봄나들이 계획서 작성하기, 쑥 캐러 가기 활동이나 학급별 테마학습 진행시에 나타났던 문제점 지적 및 해결방안 모색, 테마학습 학생·교사 소감문 쓰기,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스승의 날 김밥 만들기', 부모님께 감사하고 보답하는 ‘효도케익 만들기’ 학급문집 제작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와 과정 소개 등이 이루어졌고, 학급별로 실시하게 되는 봉사활동을 좀더 내실 있고 뜻 깊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학생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금주·금연캠페인 활동에 대한 사례를 발표 등 1년간의 다양한 활동 계획과 동호회 ‘비빕밥’ 하계 워크숍에 대한 계획도 세워진다.
5월 15일 스승의 날, 교장·교감 선생님, 각부 부장선생님, ‘비빔밥’ 교사들이 모여 ‘학생 사랑’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연수를 매년 하고 있다. 이 연수를 통해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순수하고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을 닮은 바다를 바라보며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훌륭한 스승을 통해 참스승의 의미를 다지는 귀중한 연수가 되었다고 한다.
동호회 ‘비빔밥’은 유명선에서의 여름 워크숍’을 통해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진 학급운영의 과정을 정리하고, 2학기 학급운영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푸른빛이 가득한 유명산에 둘러싸여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응어리지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 씻어내 줄 계곡 물에 발 담그니 안타까웠던 지난 일들,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은 학급 행사, 속상하게 만들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물과 함께 저만치 떠내려 보낸다. 심호섭 교장 선생님을 ‘깍두기 형님’(머리 모양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학교 분위기 자유롭다. 심호섭 교장선생님께서 본교에 부임하신 이후, 교직원의 해외 연수를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분위기 좋은 교무실이 방학이 끝나고 나면 연수 이야기를 하느라 더욱 활기가 넘친단다.
중국 여행은 서로 간에 격식을 갖추고 대하느라 너무나 예의바르던 교사들이 서로에게 진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 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여행 첫 날, 중국 상해의 국립 과학 중학교를 방문하여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교장선생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그곳 선생님들에게 준비해 간 선물도 전한다. 모두 수학여행을 떠난 십대가 되어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밤을 새고 호텔의 한 방에 모여 수다를 떨기도 하는 신일의 선생님을 보면서 모두가 행복한 학교의 모습을 충분히 떠올리게 한다.
교사문집「비빔밥」한 해 신일의 이야기가 모두 담긴다. 교사의 열정이 담기고, 학생들의 한 해 추억이 담기고, 신일만의 역사가 쌓아 가는 참으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작년에는 우리교육 주최 제4회 좋은 교과·동아리문집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 바도 있다고 한다. 문집이나 동호회 이름을 왜 ‘비빔밥’이라고 했을까. 그 정답은 여기에 있다.
그 하나로 그리 특별한 맛을 낼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재료들이 모여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감칠맛을 내는 비빔밥말이다. 교직 생활 중 누구나 한두 번쯤은 교과 지도, 학생들과의 관계 그 밖에 업무에서 풀리지 않는 매듭 때문에 혼자서 괴로워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일중학교 선생님들은 교사문집을 통해 서로의 뜨거운 마음과 생각을 나누면서 교직 생활이 외롭거나 힘들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더욱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신일중학교 교사 모두는 신일에서 함께 잘 어우러지며 더 깊고 훌륭한 맛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학교의 가정 방문은 특별해 보인다. 먼저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을 보내어 가정 방문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가정방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에 대한 해명을 통해 설득하는 것은 물론 가정방문 일정표를 꼼꼼히 만든다. 그런 후 방문 시 아이들이 쓴 소개서 등 학생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챙기고 한 가정을 방문하는 시간은 20분 정도,
부모님과 간단한 면담을 한 후, 아이의 공부방과 읽는 책 등을 둘러본다. 방문 후 소감을 수첩에 간단히 메모해 두는 건 필수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교사의 가정 방문 후의 태도에 민감할 수 있으므로 방문한 다음날 아이에게 따듯한 말로 위로와 격려해 주는 신일의 선생님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경제적인 면이나 가족 관계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추후 거기에 맞는 적절한 후원-학비 감면이나 장학생 추천-과 상담까지 한다고 한다.
자기 주도적인 다양한 체험 활동도 눈에 띈다. 아이들과 함께 답답한 콘크리트 교실에서 벗어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떠남의 작은 의미를 찾고, 놀이가 아닌 경험으로 떠나는 현장학습으로 ‘쑥 캐기를 한다니 참 재밌다. 쑥도 캐고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도 구워먹고, 축구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자연 속에 흠뻑 빠져있는 학생들이 행복해 보인다.
효도 케익 만들기 프로그램도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에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면서도 하루에 한 시간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형편을 가만해 평소 자신이 느끼고 있었던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편지와 함께 ‘효도 케익’ 만들어 드림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도서관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사서교사, 담당교사, 교육정보 도서분과 명예교사, 도서반원 모두의 자율적인 협조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모두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특히,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학교 도서관 활성화에 적극적인 노력과 힘을 보태주시고 있다. 신일중학교에서는 매년 학교운영위원회 아래 「교육정보 도서분과」를 설치하고, 학기 초 어머님들을 대상으로 각 분과 희망 설문지를 배부하여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받고 있다.
여기에서 조직된 20~30명 정도의 「교육정보 도서분과」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월 1, 2회 지속적으로 학교 도서실에서 명예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친 봉사활동이 아니기에 교육정보 도서분과 명예교사를 활용하여 담당교사의 도서실 업무를 경감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자율체제가 구축되어 있어 학생들이 언제나 편안하게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살아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즐겁게 하는 교수학습 활동은 이 뿐이 아니다. 엄마와 함께 떠나는 갯벌탐사,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 가는 ‘교과서 새 생명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 더미였던 난지도, 그곳이 월드컵경기장과 하늘 공원으로 변신한 것을 몸소 체험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도 신일의 중요한 체험학습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학교 교육과정에 모두 봉사활동이 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봉사활동은 그 의미를 살려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내신 성적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지못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손쉽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울 곳을 찾아 학생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시간만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신일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함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열린 마음과 따뜻한 정성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고자 ‘애덕의 집’이라는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계획하는 등 봉사의 참 의미를 심어주고 있다.
동호회 ‘비빔밥’과 문집 발간을 통해 학교가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고,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전형적인 아름다운학교 사례이다. 또한 좋은 학교, 아름다운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참여해 노력하고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학교를 가꿔 나갈 때, 정말 맛있는 비빔밥(?)이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이 학교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