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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평가와 관련된 유감(有感) 3가지

지난 달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교육성취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알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신청을 기각하였는데 우리 교육자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의미있는 판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평가’하면 떠오르는 유감(有感)이 3가지가 있다.

첫째, 학교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인 학업성취도가 빠졌다는 사실이다. 각 시도교육청별로, 학교급별로 평가 영역에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학업성취도 결과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학교평가를 혹평하면 평가 흉내만 낸 수박겉핥기 평가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어떤 일이건 목표가 있으면 그에 따르는 평가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평가 결과를 교육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어느 학교가 학업성취도 결과가 낮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해소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해당 학교에 대하여 책임 물을 것은 묻고 우수교사를 재배치,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그 학교가 살아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학교 서열화’ 운운하면서 정보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래가지고 언제 교육발전을 꾀하겠는가? 한심스럽다.

둘째, 1995년 발표된 교육개혁안의 일환으로 교육부가 실시한 1997년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평가단원으로 시민단체(NGO)가 참여한 사실이다. 평가는 평가전문가가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교육부에서는 교육수요자라는 미명 하에 회원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정체성이 의심되는,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민단체를 끌어들이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그 결과 우후죽순으로 나타난 시민단체가 마치 교육의 전문가인 양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고 교육의 질서는 흐트러지고 말았다. 교육부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교육황폐화의 단서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비전문가인 그들을 초빙하여 장학진이 특강을 듣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리포터는 그 당시 활동했던 시민단체의 성격에 대해 의심의 눈빛을 거둘 수 없다.

셋째, 요즘의 장학진들은 평가로서 장학을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장학사 본연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장학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교육행정 흐름을 보면 일선에서 장학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다는 이유로 장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려 하지 않고 평가를 통한 지원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일선 현장을 통제하려 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가, 시도교육청의 지역교육청 평가가, 지역교육청의 학교평가가 모두 그러하다.

어찌보면 이것은 교육의 근본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교육의 과정(過程)에서 목표와 평가가 순환하고 상호작용하고 있지만 출발은 어디까지나 목표인 것이다. 평가는 엄격한 의미에서 설정된 교육목표를 기준으로 그 성취를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요즘 행해지고 있는 일탈의 행위는 평가의 잣대로 목표를 잡으려하니 ‘교육의 본말(本末)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가전문행정연수원에서 들었던 모 강사의 “장학의 시대는 가고 평가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스치듯 던진 말,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과연 학교평가는 왜 하는 것일까? 교육을 살리려 하는 것이다. 교육에 피드백을 주어 교육 개선을 꾀하려는 것이다.

11일 교육부의 '초·중·고생 학업성취 수준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중·고교생은 10명 중 1명이 핵심 과목 가운데 적어도 한 과목에서 최소한의 기초학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발표 내용, 평가에 대한 유감을 더해 준다.

우리가 현재하고 있는 평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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