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문에서 스승의 날 관련 기사를 보았던 것이 생각난다. 기사의 내용은,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 그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과 학원 졸업생들이 학원 선생님들을 찾아와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선물을 주고 간 반면, 일선 학교는 조용했다는 것이다.
학원 선생님들이 '선생님'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당시 그 기사는 앞으로 교사의 길을 걸어갈 나에게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 기사는, 요즘 학생들은 학원 선생님을 학교 선생님보다 더 신뢰하고 진로상담 또한 학원 교사와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제지간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이 관계에 있어 믿음의 정립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사제지간에는 믿음이 부족하다. 오직 좋은 대학만을 가고자, 좀더 좋은 내신을 받고자 점수화, 서열화되어 있는 학교 교육의 현실에서 사제지간의 믿음은 시대착오적 발상을 치부되고 있다.
냉엄한 현실을 잊은 채 사제지간의 믿음만을 요구하는 것은, 정작 당사자인 그들에게는 영화 속 낭만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생존'하기 위해 가시적 효과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믿음보다는, 자신의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고자 학원이나 과외로 발을 돌리고 있다. 이는 그들에게 있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사회의 현실이 엄격한데 선생님을 따르지 않는 학생만을 원망하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지나친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사제지간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머리로만 받아들였을 뿐,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즘 학교 외의 교육기관이 너무 많이 생겨 교사의 전문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오히려 그러한 현실이 교사의 전문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교육기관들 속에서도 학교의 교육과정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게 되면, 학생들의 혼란은 줄어들 것이고 교사의 전문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교사의 몫이 있다. 그렇게 학원, 과외, 인터넷 등과 같은 수많은 학습보조시스템 속에서도 학생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되고, 그 학생은 교사에게 더욱 강한 믿음과 애착을 가지게 될 것이다. 교사는 단순히 공부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지적 능력의 전수자이기 이전에 인간을 올바른 방향으로 계도하는 인생의 선교사이다. 이것은 학원 선생님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교사들만의 고유 영역이다.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전쟁, 혁명, 그리고 교육이다. 이런 의미있는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제지간의 믿음을 되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