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이슈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없다가 느닷없이 생겨난 일이 아닐텐데도 새삼 호들갑을 떠는 것은 교육부가 3, 4월을 학교폭력 신고기간으로 정한데다가 어느 교사의 ‘일진회’에 대한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학교에 전직 경찰을 배치하는 소위 ‘스쿨 폴리스’와, 사각지대 등 교내 우범지역 CCTV 설치가 그것이다. 일견 그럴 듯한 대책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그 지경에까지 이른 학교폭력 문제가 개탄스럽지만, 스쿨 폴리스나 CCTV 설치가 근절로 이어지리라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학습권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소지가 커 부작용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 일기검사도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터라 더욱 그렇다.
실효성 면에서도 의문이다. 2인 1조의 전직 경찰들이 무급으로 교내 순찰과 학생상담지도 등을 한다는 계획인데 , 순찰이라면 모를까 전문가들도 못하는 상담지도 등을 평생 경찰 노릇만 한 그들이 어찌 할지 의문이다. 또 아무리 착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 무급 봉사로 그 많은 전직 경찰이 충원될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폭력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법권이 없는 전직 경찰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의문이다. 고작 붙들어 경찰에 인계하는 정도라면 침소봉대의 어리석음마저 우려된다.
CCTV 설치와 함께 실시하기로 한 학부모와 자원봉사자를 활용한 교내 순시 및 상담 역시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한건주의의 탁상행정으로 보인다. 전직 경찰들과 달리 식대와 교통비를 지급한다지만 , 어느 학부모나 자원봉사자가 나설지 의문이다. 설사 학부모나 자원봉사자가 나선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방과 후 4~5시간동안 활동한다는데, 일반계 고교의 경우 밤 12시 이후에 교내를 순시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대책아닌 대책인 셈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진짜 대책은 따로 있다. 범죄 없는 사회란 존재하기 힘든게 일종의 법칙이지만, 그나마 학교폭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학생들에게 죄짓지 않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방법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허구헌날 국회는 정쟁으로 거친 말이나 몸싸움 같은 폭력이 난무한다. 우리 학생들이 그걸 보고 뭘 배우겠는가?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로 시선을 되돌려 보면 더 심각하다. 대화와 토론은 없고, 오로지 외우기와 찍기만을 강요당한다.
학생들은 수직적 구조속에서 위로부터 일방적 명령과 지시만 듣는다. 그것도 모자라 2명의 시험감독에서 보듯 일부 학부모와 교사의 잘못으로 인해 수많은 선량한 학생들이 준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런 전체주의적 사고가 그들을 옥죄는 한 학교폭력은 건재할 수밖에 없다.
피는 피를 부르고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낳는 법이다. 정부는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탁상행정의 대책을 철회해야 한다. 과연 무엇이 학교폭력의 진짜 대책인지를 살펴 즉각 시행하기 바란다. 바야흐로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의 본래 기능이 복구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