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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인권' 갖다 붙이면 해결되는 세상?

인권, 참 좋은 단어다. 꼭 필요하고 존중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단어를 갖다 붙이면 주장의 설득력을 일부 갖기도 한다. 심지어 그것을 이용(?)하는 모 교육단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여러 측면에서 심사숙고하여 보면 사고의 편협성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형제 폐지에서부터 초등생 일기검사까지 인권 영역을 확대하다보니 오히려 그 업무를 맡고 있는 해당 부처에서조차 인권위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마저 인권의 잣대를 갖다대니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렇게 나가다가 우리 사회 어디까지 갈까? 사회가 더 혼란해지고 조직이 무너지고 나아가 국가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교육계도 이미 이 영향을 받았는지 체념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얼마전 리포터는 전문직 동기 모임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 곳에는 일선 학교 교감과 장학사들이 20여명 모였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학교가, 교육이 무너지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사들이 외출․조퇴․연가 등의 사유를 대는데 그냥 ‘개인사정’이라는 것이다. 교감, 교장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머뭇거리거나 대답하기 꺼려하고 한 술 더떠 프라이버시를 들먹이고 인권침해까지 확대시키니…. 오히려 묻는 사람이 난감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은행 볼 일, 병원 진료, 친구 결혼식, 집안의 대소사 등 갖다 붙이면 모두 개인 사정이다. 몇 번 구체적인 사유를 묻던 사람들은 이제 아예 먼저 입을 다문다. 묻지 않고 승인하고 만다. 물어 보았자 이미 나가고자 마음을 굳힌 그들의 생각을 돌릴 수도 없고, 괜히 관리자에 대해 미워하는 감정만 쌓이게 하니….

일편하자주의, 일안하자주의에 익숙해진 그들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는 관리자에게 권위주의자, 목에 힘주는 자, 관료주의자, 시대 변화에 둔감한 사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 등 좋지 않은 것을 갖다붙이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래서 가장 좋은 처신 방법은 나이스(NEIS) 상 묻지 않고 무조건 승인하기이다. 그래야 인기 있는 관리자가 된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교직사회란 말인가!

때마침 교육부에서는 교원평가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교육부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이제 교원도 학생과 동료교사,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면 관리자인 교감과 교장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교사들에 대하여 쓸데없이 이유 알려고 하지 말고, 캐묻지 말고, 무조건, 기분 좋게 팍팍 지원해야 한다. 괜히 낮은 평가 받아 무능력한 관리자로 전락하지 말고….

이렇게 가다가는 '장학' 이란 말도 얼마 안 있어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수업의 잘못된 점 지적하다간 자존심, 인격, 인권 등을 거론하며 반기를 들 태세이니 어찌할 것인가? 수업이 잘못되어도, 학생 교육이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도 그냥 눈감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허허….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를 선택한 댓가를 톡톡히 받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수준은 국민들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인과응보는 당연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나락의 늪으로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라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음번 모임에서 교육에 관한 좀더 밝은 화제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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