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가 초 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시범실시를 거쳐, 전국의 모든 학교 교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2월 당시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뜬금없이 밝힌 것을 더욱 구체화한 내용으로 대통령에 대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기정사실처럼 되어 버렸다.
이미 지난해 교사의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문제점을 들어 실시불가를 주장했지만, 1년 여가 흐른 지금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평가내용과 방법까지 조목조목 만든 시안을 내놓고 있어 그냥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교육부가 제시한 교원평가내용은 교사의 경우 ‘수업활동중심’이다. 평가 방법은 ‘공개수업 참관 및 설문조사’이다. 그리고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 들이 평가자로 참가하는 소위 ‘다면평가제’이다. 이 다면평가제가 올해 48개 교에 시범 도입된다. 그러니까 1년에 단 한 차례 공개수업의 참관, 평가를 통해 ‘우수교사’와 ‘능력개발교사(부적격교사)’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자던 소가 벌떡 일어나 웃을 코미디중에서도 아주 저급한 코미디라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지금의 장학지도때처럼 모든 교사들이 이미 예고된 날짜에 맞춰 눈썹이 휘날리게 수업준비에 열을 낼게 틀림없는데, 도대체 무슨 기준과 근거로 우수와 비우수교사를 가리겠다는 것인가?
그런 평가라면 형식적 행위가 되기 십상이다. 왜 교사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가며 ‘그딴짓’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또 11월 40만 교원을 한꺼번에 평가할 때 생기는 일상적 교육활동 위축 및 대혼란은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백번 양보하여 평가내용을 받아들인다고 하자. 그렇다면 교사의 또다른 기능인 인성교육이며 특기적성지도 등은 어떻게 되는가. 이왕 입시지옥의 무너진 학교이니 교사를 그저 ‘공부하는 기계’만 잘 만들어내는 '기술자'로 평가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거기에는 교육의 본질 외면과 함께 또다시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몰려는 ‘검은’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국자에게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를 상기시켜주고 싶다. ‘담임 선택제’ 따위를 교육개혁이랍시고 내놓았지만, 교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혼비백산하여 없던 일로 한 그때 그 ‘사건’말이다.
역시 과거의 교육정책 실패를 교훈삼을 것을 충고하고 싶다. 교원평가제는 정년단축과 같이 엄청난 폭발성을 지닌, 그리하여 가히 혁명적 발상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원단체를 통한 교원들의 의견은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실패할 것이 틀림없다.
더러 선진국 운운하며 대세몰이를 하는 모양이지만, 우리가 그들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착각이다. 적어도 우리와 같이 주입식 수업의 입시지옥이거나 교원 법정정원 미달의 열악한 상태의 나라에서 교원평가부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원평가제보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원의 법정정원 100%확보이다. 일례로 중둥의 경우 교사의 법정정원 확보율은 89.2%다. 해마다 줄어드는 법정정원 여파로 고교는 1999년 14.5시간에서 2004년 17.4시간으로 거의 3시간이나 주당 수업시수가 늘어났다. 제대로 된 교육여건을 만들어주고 평가든 뭐든 해야 순서가 맞고 반발도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건조성을 한 다음 실시해야 충돌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