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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교원평가 두려울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오늘 배운 내용에 대해 선생님께서 능수 능란하게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하시는 모습이 좋았으며 역시 교편을 잡은 신지 오래 되셔서 그런지 학습목표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현장실습을 나온 교생선생님이 내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를 한 내용이다. 교사로서의 꿈을 키워 가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한테 이런 황송한 평가가 내게 가당키나 하겠냐 만은 어째든 기분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

요즈음 학생 학부모가 주체가 되는 교원평가에 대해 나를 포함한 많은 교사들은 별로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역 촌지가 나타나겠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고 보면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많은 교사들이 여러 형태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애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의 근무평가, 학교운영에 어느 정도 협조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아비판 식 경영평가, 일정간격 의무적으로 참여하고있는 직무연수의 성적평가, 동료교사들 앞에서 행해지는 연구수업의 지도평가 등 교사라면 일년에 한번씩은 당(?)하는 평가들이다. 여기에다 감독기관의 '장학지도'란 미명아래 행해지는 학교평가를 포함해서 이런 저런 사연들을 따져 보면 학교자체가 평가 덩어리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학생과 학부모까지 평가에 참여시키겠다고 하니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교육을 받는 입장의 학생들은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한 반에 40여명의 수업을 40개 수준으로 분할해서 하지 않는 한, 그들의 학습욕구을 100%충족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이들에게 평가를 염두에 둔 가르침은 교사로서의 올바른 행동양심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두 번째로 학부모의 평가도 전자(前者)학생의 사고에서 출발한다. 학부모는 교사의 수업을 참관해서 평가한다 치더라도 기저에 깔려 있는 생각은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히 말해 옛날에는 학생이 학교에서 혼나고 오면 선생탓 보단 학생 탓을 하는 게 상례였는데 지금은 당사자의 역성부터 들고 나오는 게 보통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평가에 깔리게된다면 하는 생각이 미치면 교사들로써는 참 암담하기 그지없다.

세 번째로 교육당국의 교육개혁의 방향의 물꼬를 이쪽에다 대고 틀려고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작년 년 말부터 터져 나오는 성적관련 비리, '08년도 대학입시문제, 대학교 자율성요구 등 일련의 사태가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지만 각계의 의견 차가 너무 크고, 원칙을 무시한 해결책은 손댈수록 풍선처럼 커지기만 해 마땅한 해결의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 때에, 일부 학부모가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가장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판단아래 교원평가제를 다른 목소리보다 더 높게 부르짖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금 시작하려는, 그러나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는 교생선생님들의 열정을 보면서 교사의 자긍심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꽃 한 송이는 받고 싶은 스승의 날이 향기가 없는 날로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지만, 뒤쫓아오는 녀석이 앞을 가로막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는 아주 공손한 인사를 받을 때면 아직도 내가 그들의 희망임을 착각으로부터 놓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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