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들과 부모님, 선생님, 이웃을 위한 학예회가 경기 구리시 갈매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전교생이 136명인 미니 학교이지만 그 내용 만큼은 매우 알찼고 프로그램 하나하나 정성으로 꾸며졌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학예회였다고 할까?
지금까지의 교직생활 중 많은 학예회를 보아왔다. 대부분 큰 학교의 학예회였으며 시민회관이나 대강당, 혹은 운동장에 어마어마한 무대를 꾸며서 하기도 했고 학예회 당일은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으신 많은 내빈들과 학부모님들로 성황을 이루곤 했었다.
그러나 무대는 어마어마하게 큰데 실제 공연을 하는 어린이들은 소수의 어린이였고, 때로는 전국적인 무대에서 입상경력이 있는 발레나 한국무용, 혹은 피아노, 성악을 하는 어린이들이 화려한 의상을 하고 나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치는 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우리 아이도 저 무대에 나와서 공연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 교무회의에서 학예회를 한다고 결정나면 다음 날 당장 학예회 담당자들에게서 회람이 온다. 어느 학년에서 리듬합주를 하니 리듬감이 있는 아이들로 학급에서 7명 정도 뽑아달라든가, 어느 학년에서 군무를 하니 학급에서 예쁘게 무용을 잘 할 아이들로 3-4명 뽑아 달라든가 등등....
이런 회람을 받을 때 정말 망설여졌었다. 누구를 뽑는단 말인가? 학부모들은 모두 자신의 자녀가 최고인 줄 알고 아이들도 자기가 충분히 뽑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 학예회를 통하여 힘이 없고 약한 우리 반의 영철이(가명)에게 큰 북을 맡겨 자신감을 세워주고 싶은데 리듬합주 담당자는 분명히 몸집도 제법 있는 아이에게 큰 북을 맡기고 싶어 할 것이니 내 의견이 반영될 리 없다.
그러니 참으로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나 자신도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예회 리듬 합주부에 들지 못하여 남편과 함께 무척이나 서운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이와 같은 상황이니 학예회 당일 오히려 교사가 학부모님들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학예회에서 한 두 명 어린이들이 앞에 나가 공연하는 것을 지양하고 학급 전체가 공연하거나 무대나 장소 등의 해결이 어려울 경우 안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 동의하고 있던 차, 이 작은 학교에 올해 발령을 받았는데 5월에 학예회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학년에 한 학급이니 교사가 틈틈이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어서 다른 학급아이들을 부르거나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적이한 시간(재량, 특별활동시간, 아침자습, 점심, 쉬는 시간)에 틈틈이 지도할 수 있었고 담임 나름대로 아이들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터여서 계획이나 의도를 갖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드디어 학예회 날이 돌아왔다. 한 학년에서 세 가지 정도 발표를 하였다. 물론 반 전체의 아이들이 나와서 공연을 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예회 프로그램의 담당자가 아니면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전 교사들, 그리고 아이들이 프로그램진행의 주인공이었다. 내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의 교사들이 와서 분장을 해 주거나 옷을 입혀주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학부모님들께서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학교가 작고 또 시내와 떨어진 곳에 있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도시로 나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님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다.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 나름대로 이런 맛있는 일들이 있음을 학부모님들은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학예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무심코 게시판을 열었을 때 “행복의 권리의 참 주인이셨습니다.”란 제목으로 쓴 어떤 학부모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감동에 너무 벅차 부랴부랴 학교 문을 나왔습니다.
유치원생들과 1,2학년의 귀엽고 깜찍한 율동을 지나 우리 딸아이의 순서, 기다리던 예쁜 여자아이 다섯 명이 나왔습니다. 한 손엔 리코더를 들고서...
‘할아버지의 헌 시계’연주를 보면서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3학년 아이들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려운 이중주곡을 어떻게 단 몇 분 안에 그렇게 심도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순간부터 3학년 아이들은 저학년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엔 4학년의 합창과 수화, 결국 눈물보를 터뜨렸습니다.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유난히 올해엔 학부모님, 가족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부끄러워 화장실로 가 눈물을 훔쳤습니다.
집안어른 모시고.., 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셨던 분들의 모습이 얼마나 좋던지...
우리 갈매초등학교는 연년이 발전하는 살아 숨쉬는 학교였습니다
무대의 조명이나 현수막의 글귀나 모두 다 감동적이었어요.
부모님들께서 일 나가시면 어린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연주를 준비했다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나라’를 연주하던 아이들, 휘날레를 장식한 리코더 합주, ‘부릉부릉 마치’와 ‘위풍당당 행진곡’은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갈매초교 학예회 역사에 남을만한 명장면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함께 수고한 것을 알기에 더욱 감동에 눈물이 흐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보는 사람도 그러한데 무대에서 연주하던 아이들은 얼마나 뿌듯하였을까요?
아이들이 성년이 되어도, 또 사춘기 시절에도 오늘을 되새기면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공부하느라고 힘들 때나 사회생활을 할 때 많은 위안을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란 누구나가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이렇게 노력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 참 행복이라고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한교닷컴에 쓰셨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이라는 글을 읽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행복을 만들어 가시는 구나.’ 하고요.
우리 학교 선생님과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정말 행복의 권리에 참 주인이었습니다.
그러한 선생님들을 우리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개개인의 기량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말할 수도 없고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교육적 사명감과 헌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오늘 학예회를 통하여 서양 음악이든 우리 한국 음악이든 모든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 됩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 부모님들 모두 수고하셨고, 우리 갈매 초등학교의 사랑스런 아이들 모두 수고!
갈매초등학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