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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학부모님! 가끔 학교에 나오세요

기말고사 첫 날. 긴장을 한 탓일까?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아 책상 위에 엎드려 흐느끼는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띤다. 다음에 잘 보라는 식의 위안을 해보지만 아이들은 막무가내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간고사와 수행 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아이들이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기말고사이기 때문에 '다음'이라는 말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말로 들렸으리라.

사실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아이들이 밤샘을 치른 걸로 알고 있다. 수업시간 중에도 코피로 고생하는 몇몇 아이들을 지켜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예전보다 더 엄격한 고사 관리 때문에 아이들은 나름대로 각과목마다 선생님들로부터 힌트를 얻으려고 애교를 떨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선생님 또한 교육부의 성적관리 지침(평균 75점, 수 15%이하)을 지키기 위해 문제의 난이도 조정에 신경을 많이 쓴 걸로 알고 있다.

예년에 비해 아이들이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은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의 행동에서 느낄 수 있다. 매 교시 끝나는 종소리가 나자마자 교무실 앞은 정답을 맞춰보기 위해 시험지를 들고 내려오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문제를 풀던 중 정답이 애매모호 했던 문제가 맞으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주위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환호성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틀린 문제에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 아이들의 얼굴 위로 역력히 나타나기도 한다. 그 순간은 아이들의 얼굴 위로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연히 기말고사 보조 감독으로 위촉되어 처음으로 학교에 나와 감독을 하고 나온 3학년 모(某) 학부모에게 감독 소감을 물어보았다.

“어머님, 감독을 해본 소감이 어떠세요?”

내 질문에 그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대답을 했다.

“제가 긴장이 되어 혼이 났어요. 그리고 아이들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 발걸음조차 옮기기 힘들었어요. 어떤 아이는 시험보기 전에 기도까지 하던 걸요. 요즘 아이들은 제가 학교 다닐 때 보다 성적에 더 집착을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열심히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어요.”

입학식 이후, 지금까지 학교에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 그 어머니는 지금까지 선생님과 학교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감독을 하고 난 뒤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 모두가 내 자식처럼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요즘 매스컴에서 떠드는 모든 이야기(학교폭력, 성적조작, 입시부정 등)들이 학부모들로부터 학교 현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니 논쟁중인 ‘교사평가제’, ‘부적격교사 퇴출’이라는 말들이 그런 학부모에게는 솔깃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학교와 선생님이 불신의 대상으로 된다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고 본다. 막연히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가끔은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 선생님 및 학교 관리자와 대화를 나누어 봄으로써 불신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학교에 처음 방문했다는 어머니가 만약 자녀가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학교에 대해 영원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사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 대표가 소속되어있기는 하나 학부모의 모든 생각을 대변해 주기란 정말 힘들다. 학교는 학생을 중심으로 선생님, 학부모가 삼위일체(三位一體) 되어 교육 지표를 실천해 가는 장(場)이 되어야 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무튼 우리 아이들이 기말고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노력한 결과에 만족하고 그 과정을 더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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