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1차 수시 모집에 들어갔다. 그래서일까? 방학을 하루 앞둔 교무실은 수시 모집 인터넷 접수 때문에 3학년 학생들로 북적였다. 매 교시마다 3학년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은 대학과 학과 선택을 위해 책상 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신경전을 벌였다.
간혹 어떤 담임 선생님은 대학 선택에 있어 학생과의 이견 때문에 언성을 높이곤 하였다. 그리고 어떤 선생님은 무슨 영문이지는 모르지만 우는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모든 것은 학생의 장래를 생각하는 선생님의 사랑이 아닐까?
무엇보다 대부분 대학들의 원서접수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실수를 하게 되면 그 번거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원서접수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한다. 특히 3학년 담임을 처음 하는 선생님은 경험이 많은 동료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하기 일쑤이다. 워낙 긴장을 한 탓일까? 금세 선생님의 얼굴 위로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선풍기가 작동하기는 하지만 워낙 무더운 날씨인지라 소용이 없었다.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한 여학생이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았는지 부채질을 해주는 모습이 정겹게 보이기도 하였다.
수시 모집 1차는 학교 내신(1,2학년)은 좋으나 모의고사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유리한 점은 있으나 대학마다 학생을 선발하는 인원이 적어 학생들이 합격을 하기란 여간 힘들지가 않다. 그리고 수시 모집 2차는 1차에 비해 인원은 많으나 최저학력으로 수능등급이 반영되는 관계로 또 다른 힘듦이 있다. 그래서 내신 성적이 좋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시 모집 1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교시 끝나자마자 우리 반 한 여학생이 다소 흥분한 듯 부리나케 교무실로 내려왔다. 내가 무슨 용무로 왔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그 여학생은 다짜고짜 말을 했다.
“선생님, 큰 일 났어요. 경쟁률이 또 올라갔어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사실 그 여학생은 내신이 상위에 있는 학생으로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찾아와 그런 말을 할 정도면 다른 학생들의 걱정은 배가 되는 것은 뻔한 이치였다. 짐작은 했지만 그 학생이 지원한 대학의 학과 경쟁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높았다. 그래서 난 애써 태연한 척하며 그 학생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고는 돌려보냈다.
“OO아, 염려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알았지?”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염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매시간 마다 수시 원서를 접수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내려와 자신들이 지원한 대학의 경쟁률을 말해 주며 걱정을 하였다. 아이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경쟁률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 가는 아이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생각 끝에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말해 주어야 되겠다는 요량으로 교실로 올라갔다.
“자, 지금부터 선생님 이야기를 잘 듣기 바란다. 수시 모집 경쟁률 때문에 미리 겁을 먹고 원서를 쓴 것에 후회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고 본다. 너희들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지금 너희들 마음과 똑 같으리라 본다. 중요한 건 자신감의 문제라고 본다. 도전을 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얻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단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수시 모집의 당락은 내신보다 전형(심층면접, 논술, 구술, 적성검사 등)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경쟁률 때문에 교무실로 찾아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알았지?”
내 말에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걱정스레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그 다음 말로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선생님은 너희를 믿는다. 우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파이팅, O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