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엄부자모(嚴父慈母)형 가정의 모습을 지켜 온 우리 나라 가정에서는 나이든 아버지의 설자리가 없다고 한다. 일이 바빠서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없는 우리 나라 아버지들이 나이가 들어서 막상 자식들과 친해지려면 참 힘들다고 한다. 주로 어머니와 대화를 해오던 습관 때문에 아버지와 대화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자라는 현실.
이래저래 아버지는 외롭다. 젊어서는 일에 내쫓겨 자식들과 어울리지 못한 아버지들이, 이제는 새롭게 자식들과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느껴서 소외감마저 느낀다는 것이다.
경희대 장해순 언론정보대학원 객원교수와 강태완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지난 해 10월 전국 중고교생 1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와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아이일수록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낀다고 한다.
특히 부모 중 한 명은 악역을 맡아야 하는데 도전적인 자녀로 키우고 싶으면 엄부자모(嚴父慈母)형 가정보다 자부엄모(慈父嚴母)형 가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둘 다 개방적이기만 하면 권위가 서지 않고 둘 다 엄격하기만 하면 아이는 집에서 튕겨져 나갈 가능성이 많다. 부모 중 어느 한 쪽이 엄격해야 한다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더 낫다는 결론이다.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뒤집는 것이다.
어머니는 모성애의 특성상 언제든지 자식들과 대화의 장을 열 수 있음에 비추어, 바쁜 아버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식을 대함에 있어서도 아버지는 조건적이며, 어머니는 무조건적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이여, 더 늦기 전에 자녀들과 대화의 문을 열자. 어머니들이여, 자녀들에게 엄격해지자.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제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흘리던 눈물을 뒤에서 몰래 흘려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