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 두뇌한국 21 사업의 추진을 두고 대학사회가 극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교수와 교육당국, 서울과 지방대학,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대학 등 서로 다른 입장으로 혼란에 빠져있다. 지난달 15일 부산대에서 국공립대교수들이 교수대회를 열었고 5일에는 대구·경북지역 대학 교수들이 교수대회를 개최, 사업의 부당성을 성토했다. 같은날 서울대교수협의회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국회교육위에서 공청회까지 개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교육부는 7일 `BK 21' 사업중 과학·기술분야 신청 자격중 교수연구업적 평가제, 연봉제·계약제 등의 전제조건을 삭제키로 하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 전국사립대교수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8일 예정됐던 가두시위를 벌였다. 사태는 현재까지 해결의 조짐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왜 반대하나 이 사업이 극소수 대학중심의 서열화와 지방대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BK21이 대학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대학의 자율성을 말살하려는 관료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수직적 대학서열구조의 고착화 △서울 집중-지역 소외의 심화 △대학과 학문의 식민화 △관료에 의한 대학과 학문의 통제 심화 등으로 요약된다.
BK21이 형식적인 지표에 따라 지원대학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서울대학등 극소수 대학을 특혜 지원하는 것이고 일류대학이 인재를 독점함으로써 초래된 학벌주의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지역우수대학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그 지원총액이 1개 대학원 전용시설구축사업비(서울대)에 해당하는 500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학사과정에 국한시켜 지역 소외가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지역대학교수들은 이 사업이 강행될 경우 지역대학의 대학원은 붕괴되고 말 것이며 그 결과 학부 또한 붕괴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교수들은 또 이 사업이 특정분야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사업에서 제외되는 학문분야의 교수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축소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관료에 의한 통제라는 주장은 선정후 3개월 이내에 관련 사항을 실사하고 매년 점검과 중간평가를 실시해 위반사항이 발생하면 협약을 해지토록 한 것이 교육부가 국민의 혈세를 수단삼아 원하는 방향으로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밖에 의견수렴과 집행의 졸속성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BK21의 추진을 전면 백지화하고 사업신청 공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국·공립대 및 사립대 교수협의회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반민주적 대학정책의 전면개혁을 위한 전국 교수연대회의'(공동대표 손호철 민교협공동의장)는 성명을 통해 "이 사업의 근본문제는 대학 서열화와 중앙·지방간 격차 심화, 기초과학 붕괴, 입시경쟁 격화 등 대학교육의 황폐화"라며 "인문사회계열 사업 뿐 아니라 'BK21'계획 전체를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교육부는 변함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7일 일부 보완책을 내놓기는 했지만BK 21 사업의 주대상인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이미 공고한 지원금액·대상분야, 사업단 규모 및 대입제도 개선, 학부정원 30% 감축, 대학원 문호 개방 등 핵심 내용이 그대로 추진되며 신청 기간도 오는 20일까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통해 정보기술, 생명공학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원을 확보하고 박사급 핵심두뇌인력을 연간 2천명씩 배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들이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 연간 2억달러의 외화를 절감하며 석·박사과정학생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게 돼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교육부는 교수들의 지적과는 달리 대학원중심의 육성으로 우수 고교생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 입시경쟁이 해소되는 한편 사교육비 규모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