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목표를 갖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다. 탈레스-
2005년 10월 7일. 이 날은 참 사연이 많은 날입니다. 개교 80주년을 기념하는 가을 대운동회를 하는 날인데, 이미 일기예보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예보되었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하늘만 믿었으니까요.
날짜를 뒤로 미루면 미루는 만큼 연습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니 학습에 지장을 주게 되므로 비가 오는 경우에는 강당에서라도 치른다는 각오로 밀어붙인 행사였습니다. 우리 분교 아이들은 전교생과 유치원생 둘을 합하여 17명이 바이올린 공연과 핸드벨 공연을 식후 행사로 따로 준비하는 관계로 운동회 종목과 함께 연습해야 하는 부담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며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챙겨야 하는 보따리들과 악기들을 실으며 우리 분교는 마치 서커스 공연단처럼 수시로 옷을 바꿔입느라 유치원 꼬마들도 살이 빠졌을 겁니다. 같은 색으로 각자 사입어야 하며 색깔까지 맞춘 나비 넥타이에서부터 하얀 실내화 하나까지... 자잘하게 손이 가는 꼬마들은 늘 누군가 한, 두 가지씩은 덜 준비하곤 해서 선생님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전교생이 바이올린을 배우면서도 공연할 무대를 갖기 어려운 점을 배려해 주신 본교 이규종 교장 선생님이 야외 공연 무대를 위하여 마이크 시설에 방송 장비까지 임대를 해 오셔서 준비를 해 주셨지요.
정성이 지극해서인지 가랑비 속에 시작했던 운동회의 주요 경기를 오전에 마치고 비가 와서 강당에서 2부 행사를 하며 전체 학부모님들과 어린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오히려 더 재미있고 신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전교생이 참여한 청백계주의 묘미, 학부모님들이 대거 참여한 경기 내용으로 시종일관 강당이 떠나갈듯 함성을 지르고 박수가 끊이지 않았던 가을 운동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열심히 밀고 나가면 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 오늘을 아이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 비도 맞아야 하고 어려운 고비를 만나게 되지만 투덜대지 않고 과감하게, 다소 비를 맞더라도 소신껏 정성을 다 하면 처음의 목표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가을 운동회의 영상을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꺼내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늘 단 한 번뿐인 순간의 연속임을 잊지 않고 쉽게 물러서거나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함을 가르쳐준 가랑비와 함께 한 운동회의 추억을 더듬으며 함께 했던 친구들과 가족들, 선생님들의 따스한 격려와 박수를 늘 잊지 않기를!
무사히 운동회를 마칠 수 있도록 큰 비를 내리지 않으신 하늘에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