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정부 여당 뿐 아니라 야당도 덩달아 엉뚱한 길로 치닫고 있다. 다름 아닌 한나라당 이주호의원 등 16인이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주호 법안’의 핵심은 △학부모․학생 참여 교원평가 법제화 및 평가 결과 인사에 반영 △교사 자격 없어도 학운위 심사를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는 공모교장제 도입 △교감제 폐지 등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것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한마디로 법안 제안자들은 교육현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모르며, 교직의 특성이 어떠한지 전혀 모르는 엉뚱한 이방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어찌하여 이런 자들이 국회의원이고 또 교육위 소속 위원인지, 그 자질이 의심이 간다.
교육경력 29년차인 리포터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개악법안이다. 교총을 비롯해 일선 교원들이 힘을 합쳐 결사저지할 법안이다. 누구 머리에서 이런 해괴망칙한 안이 나왔는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우선 이 법안은 교육에 대한 생각의 출발부터 그르다. 교직이 전문직인지 아닌지, 교육의 기본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법안이다. 교사는 물론이거니와 교감, 교장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자격 요건과 수십 년의 교직경험을 통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시행착오가 이루어지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들이 내세운 입법 취지를 보면 “교장임용이 승진순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그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임용 순서에 따라 자격 강습을 받고 발령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본인도 그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수 있으며 교원조직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교원평가를 법제화하여 그 결과의 승진, 보수 반영은 이제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것 손 놓고 평가만을 대비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실행될 경우, 교육현장에서 교육은 실종되고 학교 현장은 황폐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왜 쓸데없는 이런 법안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가?
현재 개선안으로 나온 동료 평가 도입도 문제가 많다고 아우성인데 비전문가인 학생, 학부모 평가 개입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현행 근평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강화하여 교장과 교감에게 힘을 실어주고 연속하여 근평 ‘양’ 받은 교사에게는 사후 연수등의 프로그램을 투입하고 그래도 도저히 구제할 수 없을 경우, 퇴출의 순서를 밟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학운위의 심의사항에 공모교장제 실시여부 및 공모교장의 심사 및 선발에 관한 사항, 교장 연임에 관한 사항을 추가한 것도 문제다. 현재 학운위는 대부분 간접선거로 이루어져 그 대표성이 미약하고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 허수아비로 전락한 학교에서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학운위는 사실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아 토착화가 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학운위에 막강한 권한을 주면 교육공동체는 갈등에 휩싸이고 학교는 정치장화 될 것이 뻔하다.
교감자격을 폐지한 부교장제는 말만 바꾼 것이지 아무런 실효가 없다. 현 교감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교사를 점핑하여 교장으로 승진시키고, 교원자격이 없는 사람을 교장에 임용하도록 하여 어찌하겠다는 것인가? 공연히 승진체제를 혼선으로 만들어 교육현장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을 뿐 아니라 교육황폐화의 가속 페달을 밟는 법안이기에 적극 반대하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도 열우당처럼 학교 교육 말아먹기에 이어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를 자행하기로 작정했는지 묻고 싶다. 그래도 교육을 이해하고 교육 안정을 도모하는 정당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믿음마저 깨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교육에 전문성이 부족하면 우선 학교 현장의 여론부터 수렴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구성원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일부 급진 시민단체의 말만 듣지 말고.
이제 우리나라는 제 정신으로는 살 수 없는 나라가 된 듯싶다. 명색이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자기가 한 언행이 국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번 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스스로 배운 사람이라고 인정한다면. 이성(理性)이 조금이라도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