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자율학습 1교시. 감독을 하기 위해 교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갑자기 폭죽이 터지더니 생일 축하 합창이 울러 퍼졌다. 그리고 칠판에는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씨와 함께 평소 나에게 하고픈 아이들의 이야기가 적혀져 있었다. 아이들이 담임인 나의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깜짝 쇼를 준비한 것이었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부산을 떠는 아이들이 못마땅하여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아이들은 합창을 멈추고는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공부할 준비를 하라고 주문을 했다. 그러자 실장을 비롯한 몇 명의 아이들이 멋쩍은 듯 준비한 선물을 주섬주섬 챙겨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마음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나의 입장은 촌음(寸陰)을 아껴야 할 시기인 만큼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깜짝 쇼에 주인공인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아이들은 다소 실망스런 표정을 얼굴 위로 지어 보였다.
어느 정도 자율학습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보고 난 뒤,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교실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입가에는 그 누구도 모르는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이 나를 위해 준비한 마음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칠판 중앙에 아이들이 크게 써놓은 ‘수능 대박’이라는 글씨가 왠지 좋은 예감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하지 못한 말을 혼잣말로 흥얼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