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대학에 들어가면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집안일도 좀 도와주고 대화할 시간도 많을 것 같아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도 얼마나 바쁜지 얼굴을 마주 대할 사이도 없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딸의 한자 2급 자격시험을 보는 날이어서 고사장으로 데려다 주기 위하여 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이 대뜸 하는 말이, “어머니, 요즘 대학생들이 서로 물어보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기에 무엇이냐고 했더니 “무슨 시험 준비하세요?”란다. 가만히 듣고 보니 요즈음 돌아가는 사회 상황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들어가도 대학과 전공과목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시 수능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하기 위한 각종 능력시험을 준비한다는 말이다.
딸의 말에 의하면 노량진 고시원에는 공무원 시험이나 행, 사법고시, 교원임용 고시 및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및 졸업생들로 매우 붐비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지방에서 노량진에 올라와서 고시원에 있으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친척 조카가 떠올랐다. 더운 여름 좁은 고시원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으면 임용고시를 앞두고 종기가 나서 입원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최근 있었던 공인중개사 시험에 가정주부들까지 참여하는 바람에 식사를 거르는 남편들이 더러 있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들렸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리포터도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자급수 자격시험, 영어급수 자격시험, 피아노급수 자격시험, 수학경시대회, 과학경시대회 등이다. 최근 일본어와 중국어 능력시험도 준비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무언가 목표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취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하여 전공과는 상관없는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하느라 때로는 휴학까지 하는 대학생들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또 어린 나이에 자격시험과 관련하여 학원을 전전하며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