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연일 지인들과의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그 어느 모임보다도 가장 기대하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회원들은 H교육대학원에서 남편과 함께 공부하였던 현재 고등학교 교사들이며 10여 년째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일년에 두 번 부부동반 모임이 있는데 한번은 여름방학 시작할 때, 또 한번은 연말에 갖게 되며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회원을 제외하고는 출석률은 항상 100%인데 아마도 그와 같은 연유는 교사라는 동질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모두 같아도 각자 학교에서 맡고 있는 업무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상황은 모두 다르게 때문에 오고가는 대화도 매우 다양한데 간단히 소개해 보면, 작년도 수는 출제위원 이기도 하시고 늘 왕성한 교과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실 뿐만 아니라 전국을 다니시면서 나비를 채집한 것을 연구하여 전시하기도 하셔서 나비박사라고 불리시는 K선생님, 서예작가로 방학이면 교사들의 서예 연수를 주관하고 계시며 평일에는 퇴근 후 주부들을 상대로 서예를 지도하고 계시는 Y선생님, 또 컴퓨터에 능하셔서 학교에서 생기는 컴퓨터 응급구조 일선에서 몸을 던져 애를 쓰신다는 A선생님, 대한민국에 있는 산은 안가 곳이 없을 정도로 산을 좋아하시는 L선생님, 보는 사람마다 배드민턴을 하라고 권하여 붙여진 별명 즉 배드민턴 전도사라고 불리며 진로상담부장을 맡으면서 지역사회 청소년 상담활동에 많은 기여를 하고 계시는 C선생님, 축구를 매우 잘 하여 학생들의 우상이요, 모든 교사들의 선망의 대상이신 G선생님이 바로 그 분들이다.
이젠 모두 중년이 되었건만 교육에 대한 열정과 그 패기만은 아직 예전 못지않다. 나름대로 각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 터일 것이다. 모두 교사이니 교육현안 만큼은 한 치의 양보 없는 토론을 벌인다. 모이는 교사 중 공립에 근무하시는 선생님과 사립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2:5이니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오늘이 바로 또 반대집회가 있었던 날이 아닌가? 회원 중의 몇은 이미 인천에 다녀 온 터였다. 여당이 강행처리 하였던 사립학교 이사진중 개방형 이사를 1/4 이상으로 하고 감사 중 1인을 학교운영위원으로 임명하는 건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피력하였다. 또 기독학교 연맹 등 종교계의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움직임과 최근의 노대통령의 종교계 인사를 청와대에 초청한 일 등도 토론의 소재가 되었다. 회원 중 공립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이 법안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객관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시간이 흘러가도 여러 가지 교육현안과 자녀교육, 사모님들께서 살아가고 있는 근황 등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J선생님의 사모님께서 군에 간아들에게 깜짝이벤트를 했던 이야기를 하여 초점을 모았는데 아들과 군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내무반원들에게 큰 선물상자 안에 작은 선물들을 여러 개 담아 하나하나 선물을 열어보는 즐거움을 주었다는 이야기, 동양화나 서예를 배우러 다니시며 작품전을 열기도 하셨다는 L선생님의 사모님의 이야기, 주말부부를 하고 계시는 K선생님의 사모님의 애환, 또 운동을 하러다니거나 산을 타는 즐거움으로 사신다는 A선생님 사모님의 이야기, 리포터의 아이들 사랑에 관한 이야기, 중학교 교사이신 G선생님의 중학교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느낀 다는 이야기 외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원을 선택하는데 대한 어려움, 대학졸업 후 취업이라든지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대학 휴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모님의 이야기에서부터 결혼을 일찍 하셔서 곧 할머니가 되는 기쁨을 누리는 준비를 계시는 사모님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친다. 헤어지기 아쉬운 표정들, 차를 마시러 가자는 한 회원의 인도로 모두 찻집으로 향하였다. 찻집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두 와--하는 함성과 함께 들어가니 실내는 더욱 아름다운 트리로 장식해 놓았다. 트리를 보는 순간 자신과 가족만을 위하여 바쁘게 살아 온 일상들이 후회가 되며 이 모임이 저 불빛처럼 교육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한 작은 모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 졌다.
찻집에서 곧 시작될 방학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고 또 한 해 열심히 살아갈 것을 서로 격려하며 총총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모두 가법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