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인 저는 요즈음, 극심한 가치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특징이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고 어느 직업에서건 정체성 확립이 문제이며, 시장경제의 논리가 지배적인 현실. 거기다가 컴퓨터의 발달은 가상 공간에서 자기를 숨기고 활자로 얼마든지 '정신적 살인'을 하고도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는 이중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학교와 가정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교육'하고 '학습'해 온 본질적인 가치와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더 이상 지식은 학교 교육의 전유물이 아니며 면벽수도하며 직관과 통찰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배움의 자세보다, 손쉽게 접하는 정보와 남의 것을 내 것인 양 가져다 쓰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이나 수치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지적 양심'의 부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지면신문과 가상공간에서 연일 터지는 '황우석 사태'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조용한 '교육계'의 모습이 리포터인 저에게는 매우 신기한 현상으로 보여서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서서히 '진실 규명의 작업'이 벌어지고 있으니 교육계는 조용히 기다렸다가 모든 결과를 종합해서 평가적 위치에서 교육 현장에 접목시키면 되는 것일까요?
이미 아이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은 모른 체 하고 '그것은 모두 어른들의 일탈 행동이니 너희들은 본 받으면 안 된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되는 것일까요? 저 또한 개인적으로 학교 수업에서 지난 학기내내 우리나라의 자랑을 가르칠 때마다 신나서 가르친 인물이었음을 돌이켜 보며 아이들다 더 심한 가치갈등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7차 교육과정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며 미국의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에 따라 구성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한 교육철학을 배경삼았습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 고정된 가치관이 아니라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서 학습자의 의지와 참여에 따라서 구성 가능한 상대주의를 지향해 왔습니다. 이러한 논리에 입각하면 오늘과 같은 '황우석 사태'는 취사선택하면 끝나는 '사회적 지식'일까요?
이번 사태는 어른들보다, 대학생들보다 가소성이 매우 크고 상대적으로 가치 판단 능력이 더딘 초등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사료되어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심지어 세계적인 과학자로서 노벨상까지 바라볼 수 있는 위대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날리며 출판시장에서 위인전이나 동화책의 주인공으로 팔려나간 책들이 얼마나 많은 가를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임은 곧 선생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가치관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이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고 주변지식을 활성화시켜서 도덕적 가치갈등의 교재로라도 삼아서 토론 수업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아이들이 겪는 가치 혼란의 모습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가상공간에서나마, 그것도 매우 극소수의 시민들에 의해서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교육만큼 사회 변화와 왜곡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없음을 상기한다면, '황우석 사태'를 보는 교육계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흙탕물이 가라앉은 다음에야, 아이들에게 사회 현상에서 본인도 모르게 내면화된 가치를 끄집어 내어 해묵은 논쟁거리로 삼아 단편적인 지식으로, 한 때의 이슈로 흘려 보내야 할까요?
교육계는 어떤 식으로든지 더 이상 침묵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류를 따라 어느 일방을 무조건적으로 매도하는 일은 곤란하며 철저한 교육의 기본 기능을 살려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대의 지식은 모든 사태에서 배우는 지식임을 감안한다면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 현상에서 따지고 배우는 구성적 지식과 가치 판단의 연습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냉소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잘못만은 범하지 말아야 함을 생각하면 아무리 아픈 현실이지만 짚고 넘어갈 것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아울러 국익을 앞세운 극단적인 국수주의나, 어느 한 개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말살하며 '사회적 왕따'에 가까운 언론의 모습을 재현하는 일만은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까지 미워하지 말라.'는 도덕적인 바람을 상기하고, 과정이 좋아야 결과까지 존중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학교에서 '왕따 없애기'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왕따'의 모습을 학습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까지 견지하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의 가치관에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도록, 평형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