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는데 부모와 자식들이 따로 사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몇 년 전, 4학년을 맡았을 때였다. 훗날 부모님이 노인이 되었을 때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인지를 써보게 했었다.
어쩌면 20여 년 후에나 경험할 일이겠지만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인가, 따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옷이나 먹을 것을 사주며 키워줬고, 장난감이나 컴퓨터 등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기 때문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유였지만 아이들은 담임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는 답이 많았었다.
그때 짧은 시간의 수업이었지만 효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고마웠고, 그 다짐들이 먼 훗날까지 변치 말기를 바랐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려고 하는 요즘의 세태를 몰라서 하는 바람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꼭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직접 모시지는 못하더라도 가끔 용돈도 드리고, 오순도순 대화도 하고, 생일이나 어버이날을 챙기면서 최소한 인간의 도리만은 지키라는 것이다.
인간의 도리가 뭔가. 인간의 도리 그 자체는 복잡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대로 태어나게 했고, 키워줬고, 요구하는 것을 들어준 분들이 누군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바로 그들이 우리의 부모라는 평범한 진리에서 인간의 도리를 찾아야 하고, 그런 부모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 바로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평범한 인간의 도리마저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부모님만 남기고 몰래 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재산분배 끝나자 바로 부모님과 인연을 끊거나, 병든 부모님 소 닭 보듯 하거나, 부모님의 생신이나 어버이날 전화 한 통 없거나, 같은 집에 살지만 부모님을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바로 어린 자식을 키우고 있는 어른들이고, 부모님에게 불효하는 어른들일수록 자식 사랑이 남다르다는 게 문제다. 그런 맹목적인 자식 사랑과 더불어 사는 삶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아이들은 보는 대로 배운다. 그리고 본 대로 한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부모님에게 불효하면서 자식만 사랑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님에게 불효한 만큼 여기저기 올가미를 놓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월이 흐르면 부모님에게 했듯 자식이 그 올가미로 자기 목을 죄일 거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런 세태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성교육은 어떤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성세대인 어른들보다 나은 인성을 가질 수 있는가? 그저 인간의 도리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아주 평범한 말이 진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했던 그대로 훗날 자식이 따라 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최고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구정을 맞아 많은 어른들이 인간의 도리를 자식 앞에서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