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1989년 전대협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씨와 임씨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악의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 14명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기소한 일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냐, 악의적이며 인신공격적인 댓글 문화에 자정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냐'로 검찰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예민하다. 그래서 도마 위에 올라 비난받는 것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섣불리 대응할 수도 없다.
더구나 10대나 20대가 아닌 이들의 직업이 대학교수, 은행원, 대기업 사원, 주부, 자영업자였다니 놀랍다. 또 조사를 받으면서 경솔했다거나 지나쳤다고 뉘우치는 사람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뭘 그런 것을 가지고 서울에까지 올라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당신들이 내려오라’고 버텼다는 지방 대학교수의 비상식적인 사고와 행동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본인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세상을 다 잃은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 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 마음이다. 같이 나누면 반으로 주는 게 슬픔이고 배가 되는 게 기쁨이다. 댓글로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 아니라 위로하거나 동정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글을 읽는 당사자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이런 글을 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글 때문에 상대가 입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는 상대에게 모진 글을 쓴다. 군중심리에 의해 우발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기에 자기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악의적인 글을 쓴다.
가수 비가 라디오 방송 중 여성가수와 관련해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을 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네티즌도 약식 기소할 방침이란다. 인터넷에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악의적인 댓글 때문에 곤란을 겪은 일이 한두 번은 있다. 그 충격 때문에 글 쓰는 것을 움츠리거나 망설이기도 한다. 칭찬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댓글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고생할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잘못된 댓글이 정보를 올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정보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수록 예의를 더 잘 지키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댓글 때문에 고생해본 사람으로서 인터넷 예절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히 실감한다.
새해에는 사람들이 더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새해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건네는 마음으로 올 일년 동안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좋은 말만 사용하길 바란다. 그러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복이 왔다는 것을 지나고 나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