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책개선특위가 확정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교육부에 넘길 교원양성, 연수, 승진제도 개선안이 일선 교사들의 관심사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교육부에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 넘긴 교원정책 개선안을 보면 특위에서 어떤 개선안이 나올 것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걱정의 소리가 높다.
개선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현장의 많은 교원들이 미리 걱정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들은 철저히 현장의 소리를 무시했다. 정치권이나 몇몇 교육학자들의 입맛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들의 장단에 맞추느라 교육계 전체가 우왕좌왕 갈지자걸음을 했다. 학부모나 지역사회로부터 신망을 잃으면서 공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의 개선안은 크게 ‘교원승진, 교원연수, 교원양성체제개편, 교원선발방법개선’으로 되어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능력중심의 승진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 및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한다는 교원승진 개선안이다. 그래서 교원승진 개선안의 핵심을 살펴본다.
「현재 25년인 경력반영 기간을 15년이나 20년으로 축소하고, 90점인 점수 비중도 70점이나 80점으로 낮춘다. 교장, 교감 위주의 근무성적평정에 동료 교원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해 근평의 25%를 차지하게 한다. 근평 반영 기간도 현 2년에서 4년이나 5년, 10년으로 늘린다. 자기실적 평가서에 학습지도, 생활지도, 교육연구 등의 추진실적도 포함한다. 교감 승진 시 사용한 교감자격연수 성적을 교장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또 초빙교장과 일반승진 비율을 2014년까지 50대 50을 만들기 위해 현재 3.9%인 초빙교장 비율을 매년 5%씩 증가시켜 자격 없이도 교장 할 수 있는 특례학교가 늘어난다.」
개선안에서 경력반영 기간 단축, 다면평가, 근평 반영기간 연장, 자격 없는 초빙교장 확대는 반대한다. 하지만 점수비중을 낮추는 것은 찬성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왜 반대하고, 왜 찬성하는지를 밝힌다.
경력반영 기간을 단축하면 문제가 있다. 경쟁을 통해 승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승진경쟁을 경력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승진경력반영 기간을 줄이면 그만큼 승진경쟁이 일찍부터 시작된다. 승진경쟁도 좋지만 교육에서는 순수한 아이들 사랑이 더 필요하다.
다면평가를 하려면 여러 가지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평가든 객관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것이 쉽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것만 평가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세상은 좁다는 말 자주 쓴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지연, 학연, 혈연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다면평가의 어려움이다.
승진을 하려면 남보다 더 노력하고 봉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근평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리저리 학교를 옮겨 다니는 승진대상자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굳이 근평 반영기간을 연장해 쓸데없는데 의욕을 낭비하게 할 필요가 없다.
교원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게 바로 전문직이라는 것이다. 교장자격증이 필요 없는 초빙교장이 확대되면 교육의 전문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일부 학교에서는 역량 있는 교장을 초빙하기도 어렵다.
점수비중을 낮추는 것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점수로 승진경쟁을 해야 하지만 승진 대상자가 같은 학교에 근무하기도 한다. 그런 학교 근평이 나가는 연말이면 교직원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직원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다. 같이 고생하고도 승진을 하느냐 못하느냐 갈림길에 서게 되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연말이면 들려오는 불협화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점수를 낮춰야 한다.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은 오늘의 교육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다수 교사들은 묵묵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승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승진에 목매는 교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점수 관리하는 방법과 승진에 관한 얘기를 빼면 남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비교육적이더라도 승진점수 챙기는 일에만 한눈팔다 승진한 교원들이 문제다.
학교의 활력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직원들이 화합할 때 생긴다. 승진에 매달리는 풍토가 조성되면 교감, 교장이라는 자리를 감투로 생각할 수 있다. 무슨 감투라도 쓴 양 목에 힘을 주는 관리자라면 교육활동보다 행정위주로 학교를 운영하기 쉽다. 독선이 앞서고, 직원들의 의견이 무시되면 직원화합이 이뤄지지 않는다. 승진을 감투라고 생각하며 승진에 매달리는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 목을 죄며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다.
교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들이어야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평교사로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육활동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승진을 위한 일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시간을 보낸 교사가 동료나 후배들이 승진할 때 초라해지거나 위축되기보다는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현행 교원자격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교원자격 단계를 확대하는 교총의 선임, 수석교사제가 꼭 실시되어야 한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 있는 교원들이 동참해야 빨리, 그리고 바르게 정착할 수 있다. 제발 이번에 교원정책개선특위에서 확정해 교육부에 넘길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은 교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큰 박수로 환영받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