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척은 물론 친구와 이웃을 만나는 즐거운 명절이 지났다. 양성평등이 이뤄진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는 명절이 다가오면 여자들이 더 마음조이며 고생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명절을 전후해 주부들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는 현상을 명절증후군이라고 한다.
주부들이 가족들을 위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면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다. 요즘은 결혼 재촉 받는 미혼여성들, 며칠동안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 부인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인 남편들까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지만 주부를 위해 찜질방, 영화관, 별미집을 찾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명절 전후에 일어나는 현상이 명절증후군만 있는 게 아닌가보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이혼법정을 찾는 부부가 평소의 2배나 된다는 소식이다. 수원지방법원이 생긴 이래 하루 동안 이혼한 부부수가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 최고였고, 올해 설 연휴 다음날이 두 번째로 많았다.
시댁이나 부부간의 갈등이 명절에 폭발해 이혼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이혼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삼자가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학교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을 많이 봤기에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가는 차표를 예매하듯 명절 연휴가 끝나자 이혼하는 부부들이 법원 로비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명절 전후에 각종 사건사고도 많다. 민족의 이동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차량이 이동하니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상하게 가족간의 갈등 때문에 생긴 사고가 많다. 오죽하면 매스컴에서 ‘사건사고로 얼룩진 명절’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한다.
명절증후군만 있는 게 아니다. 샐러리맨이 월요일에 느끼는 피로 또는 신체적인 무력감을 월요병이라고 한다. 왜 샐러리맨만 그렇겠는가? 휴일이라고 실컷 뛰논 아이들도 월요일에는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힘들어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초ㆍ중ㆍ고에서 월 2회 주 5일제 수업을 실시할 새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명절증후군이나 사건사고로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토요일부터 이틀간 실컷 놀고 월요병에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명절이나 휴일을 잘 활용하고 명절증후군이나 월요병에 시달리지 않는 것도 삶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오고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고 느꼈던 미담들이 쏟아져 나오는 명절이어야 한다. 이틀 동안 보고 느낀 것을 친구들에게 간접 경험 시켜주는 주 5일제 수업이어야 한다. 조금만 더 이해하고 노력하면 ‘미담이 가득한 명절’, ‘눈과 귀로 배우는 주 5일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