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각급 학교들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앞뒀거나 이미 개학을 했다. 누구에게나 휴식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나보다. 한파가 몰려와 모든 사물들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학교에 나온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생기가 넘친다.
그런데 첫날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개학날을 무척 기다렸다는 것을 알았다. 방학하던 날 그렇게 신이 났던 아이들이 왜 그렇게 개학을 기다렸을까? 방학이 너무 길어 노는데 싫증이 났을까? 주변에 학교운동장만큼 자유스럽게 놀만한 장소가 없었을까?
의문이 풀린 것은 잠시 뒤였다. 그동안의 방학생활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니 왜 그렇게 학교에 오고 싶었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다. 사실 긴 방학이었으니 그래도 뭔가 특별한 일이 한 두개쯤은 있으려니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긴 방학동안 학원에 갔다 와서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시청한 게 전부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내근교이지만 농촌의 면소재지에 사는 우리 반 아이들 중 학원에서 서너 과목의 과외를 받은 아이들이 많았다. 하물며 종합반에 다닌 아이들은 5과목이나 과외를 받았다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오죽 학교에 가고 싶었겠나?
아이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계절적으로 학교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일년에 두 번 방학을 하는 것이다. 학원에 다니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뒤진 과목이 있다면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아이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과욕을 부리는 부모의 욕심이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이곳저곳 학원을 다녔으면 모두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른이나 아이나 억지로 하는 일은 능률이 오르지 않게 되어있다. 방학이라고 신나는 일을 기대했던 아이들이 오죽하면 학교를 그리워했을까?
하루에 3~4시간씩 학원을 다녔던 초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깝다. 과욕불급이라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생각해 보자. 가족들에게 했었다는 ‘학원을 조금만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이참에 공교육 불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도 검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