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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을 읽고


흔히 가장 큰 사막이라고 하면 사하라 사막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가장 광대한 사막은 실크로드의 남로와 북로 사이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알려져 있다. 타클라마칸이란 말이 위그르어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란 의미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황량하고 넓은 사막이지만 고대로부터 실크로드란 이름에 걸맞게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항상 있어 왔던 곳이기도 하다.

책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은 1895년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이 간 길을 ?아 저자인 브루노 바우만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여행한 생생한 기록이다.

에베레스트를 처음 오른 힐러리경에게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물었더니 "산이 있어 오른다"고 답했다. 만약에 저자인 바우만씨에게 살아 나올지도 모르는 사막을 왜 건너려하느냐? 묻는다면 그 역시 사막이 있어 건넌다고 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인생이란 살아있다고 꼭 살아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처럼 의식을 가진 자는 한 번쯤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는 산에 오른다든지, 사막을 건너든지 이것은 또 하나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인생 자체가 돌아 올 수 없는 길이듯 인생에는 색깔만 있을 뿐 답은 없다는 의미이다. 각자 제 갈 길만 있을 뿐이다.

1895년 스벤 헤딘은 최초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넜다. 아시아의 오지를 답사하겠다는 목적 아래 한때 사랑했던 여자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안고 사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결국 짐들도 버리야 했고 낙타도 잃고 사람들과도 뿔뿔이 흩어졌다.

갈증에 극을 달하며 마지막에는 기어서 겨우 사막의 끝을 찾았다. 마침내 그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성공한 모험가로 인생의 끝을 맺었다.

이 책은 작가인 부르노 바우만은 스벤 헤딘의 흔적을 따라 길을 나선다. 2000년 4월 8일부터 4월 27일까지 20일 동안 타클라마칸 사막의 가장 위험한 북쪽 코스를 걸어서 횡단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스벤 헤딘과 백년의 시차로 길을 떠나지만 스벤 헤딘은 사막의 고요함 속에서 항상 그와 함께 있다.

충분한 자료와 정확한 지도, 위치를 가르쳐 주는 위성항법장치와 함께 하며 길을 떠나지만 그 역시 마지막에는 한계에 봉착한다. 사막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난과 죽음의 두려움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지막에는 가진 것을 하나하나 버려가지만 죽음의 사신은 그에게 아직도 더 많은 걸 버릴 것을 요구한다. 삶이 요구했던 우월감, 희망을 비롯한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생존에 대한 간절한 소망 앞에 섰을 때 신은 바람에 실려 조그만 포플러나무 잎사귀 하나를 그에게 던져 보인다.

막막한 사막,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에 던져진 조그만 나뭇잎 하나. 이 사소함에도 감사함을 가슴에 사무치게 새긴 다음에야 신은 그에게 푸른 잎이 약간 달린 타마리스크 나무 하나를 선보인다.

그는 마지막 승부로 나무 아래를 깊이 파서 물구덩이를 찾은 다음에 겨우 목숨 하나를 부지할 수 있었다. 아직도 사막은 인간에게 그렇게 만만하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사막에서 들려오는 유혹의 소리가 뭔지 알 수 있다. 사막에서 맛볼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매혹도 알 수 있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해주는 곳,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과학이 극복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곳, 극한의 상황을 맛볼 수 있는 곳, 신의 존재 그리고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극명하게 깨닫게 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규범화되고 안정된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때로는 이러한 삶도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 책은 주변의 오아시스 도시들과 사람들, 그들의 생활, 종교, 풍습들을 사진과 함께 실어 다양한 볼거리를 전해준다. 저자인 바우만과 함께 스벤 헤딘의 흔적을 찾아 타클라마칸을 함께 가다 보면 그들이 사막을 그리워한 것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단지 배낭하나 메고 어디에서 무얼 먹고, 어디서 자고하는 그런 여행기가 아니다. 광활한 사막 여행하는 가운데 인생이 무엇인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들어 있다.

진정한 모험은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물들을 이어주는 위대한 조화를 깨닫는 데 있으며 그것 역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브루노 바우만(Bruno Baumann) 지음 / 이수영 옮김 / 다른우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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