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이 모두 끝나는 2월 어느날이다. 이 날은 종업식과 함께 우리학교 원로교사였던 K교사가 4년여 교직생활을 접고 학교를 떠나는 날이다. 학교장을 비롯한 전 교직원들은 퇴임식장인 G호텔 연회장으로 모두 모였다. K교사 가족들도 도착했고, 축하객으로 학교운영 단체장을 비롯하여 제자들, 축하공연단원들, 학부모들도 다수 모였다. 드디어 준비됐던 퇴임식이 시작됐다. 단상 국기에 대한 경례도 했고, 노래방 주악에 맞춰 애국가도 불렀다. 이어서K교사의 약력이 소개되고 학교장의 가족소개와 함께 인사말도 끝이 났다.
이번에는 학부모 대표와 교직원대표, 각 교원 단체가 보내온 각종 패와 꽃다발, 선물이 전해졌다. 모두가 나름대로 정성을 담아 만든 선물이었기에 주는 사람은 물론 선물을 받는 K교사 역시 만면에 희색이 역력했다. 가슴 벅찬 흥분까지 느끼며 퇴임식 계획을 잘 세웠구나하고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떠나갈 듯이 박수를 쳐댔다. 식장은 금새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드디어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작년 1년간 담임했던 1학년 30여명의 하모니카 연주였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하모니카를 입에 대고 ‘고향의 봄’을 연주했는데, 그 귀여운 입, 뽀얀 얼굴, 새하얀 드레스에 빨간 모자를 쓴 어린아이들은 가히 천사 그 자체였다. 우리 모두는 환호했고, 박수도 치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어 6학년 어린이의 독창에, 3학년 어린이의 영상편지도 역시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우리학교 56인조로 구성된 리코더 연주는 그야말로 장엄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리코더부가 스승의 은혜를 연주했는데, 1절이 끝날즈음에는 K교사도, 학부모도, 모든 선생님들도 하나같이 눈시울을 적셔가며 2절 노래를 모두 함께 불렀다. 장내 분위기는 가라앉을대로 차악 가라앉았다.
이어서 학부모의 축시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퇴임식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K교사의 제자 5명이 연주하는 국악 한마당이 시작됐다. K교사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모학교에서 6학년을 담임했었는데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국악을 전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제자들이 오늘 참가해서 스승의 퇴임식을 빛내 주는 것이다.
먼저 한 사람이 나와서 가야금 병창을 연주했다. 그런데 그 노래의 가사내용이 옛날 내용이 아니고, 선생님의 모든 것을 사설 형식으로 리메이크한 내용이어서 얼마나 참신했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어 국악 4중주단이 나와서 우리가락을 연주하는데 얼마나 신명나게 연주하는지 어떤 선생님은 무대가 나가 춤을 덩실덩실 추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박수도 쳤고 환호도하며 모두가 하나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마지막으로 K선생님의 지나온 삶을 조명한 '어제와 오늘'이란 제목의 영상 비디오가 상영됐다. 40여년을 교직에 몸담아오면서 모아온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구성된 영상물이다. 너무나 감동 그 자체였고, 그 영상물로 인하여 K선생님이 걸어온 그 많은 흔적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었다. 모두는 박수를 쳤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의외였다는 듯 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선생님은 몇 번이고 일어서서 답례를 했다. 박수쳐줘서 고맙고, 칭찬해줘서 감사하다고.....
이어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우리는 뷔페음식을 가져다 먹으며 그날의 퇴임식을 돌이켜 털어냈다. 이구동성으로 “교직은 할 만한 직업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K선생님의 가족들은 몇 번에 걸쳐, 또 스치는 사람 모두에게 고맙다, 감동적이었다는 인사말을 남기며 차에 올라 홀연히 떠났다.
K선생님, 그날 밤은 아마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었겠지요... 지난 40여년 세월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남은 인생 건강하고, 즐겁게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