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회교육위 첫 법안심사가 열린 지난달 25일. 교육위원으로 처음 출석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법안의결이 예상 밖의 진통을 겪는 풍경이 연출됐다.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에 회부된 안건은 쉽게 의결까지 이어지는 것이 통례. 대부분 몇가지 질의만을 한 후 의결에 들어가는 것이 전례였고 이점 때문에 앞서 예정됐던 교육부에 대한 업무보고도 법안 의결 뒤로 미룬 상태였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이미경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감염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안에서의 운영하도록 예외조항을 두는 것. 의료기관의 적출물 처리시설이 종전에는 의료기관의 부대시설로 인정돼 설치·운영돼 왔지만 폐기물관리법의 개정으로 감염성폐기물처리시설로 분류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안에서는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 것. 모두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이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한시적 운영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과 황우여 의원,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 의원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법이 당장 통과되지 않으면 불법시설이 되는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며 일단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만약 이 법을 허용하면 다른 혐오시설들도 설치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가부 투표를 제의했다. 그러자 이재오 의원이 "교원 정년단축 때를 제외하고는 교육위에서 투표한 전례가 없다"며 합의통과를 제안했고 윤영탁 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점을 존중하고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는 조항을 삽입시켜 통과시키자"고 권유했다.
결국 이 의원이 제안을 받아들여 시설물의 유효기간을 2004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법안이 수정돼 통과됐다. 이 의원은 "다시는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부총리가 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