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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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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부모님! 매를 들어야겠습니다

나는 지금 1학년 19명 아이들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학교가기 싫은 아이처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20년 이상 고학년 아이들에게 길들여져 온 내 상식과 가르침의 자세를 모두 던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단 몇 초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싫어요, 안 해요'를 연발하는 아이들, 뛰고 때리고 욕하는 게 다반사인 아이들에게 좋은 말로 다가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모르겠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다독이며 다가서서 행여 안전사고가 날까봐 좌불안석 아이들에게 매달려 사는 내 모습에 지쳐가고 있답니다. 아니, 물러설 때가 되었다고 내 탓을 하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산만한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내가 아이들 세계를 모른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유치원 과정을 배우고 온 아이들이지만 이제 막 학교에 들어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아기같은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건 순전히 내 탓인지도 모릅니다. 집집마다 하나나 둘만 낳아 기른 탓에 자기 자식만 받들어 키운 탓일까요? 친구를 생각하거나 참을 줄 모르고 제 멋대로인 아이들을 말로만 가르치는데 한계를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의 눈을 억지로 감기고 충고를 했습니다. 진심으로 이야기하면 통하히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이제는 좋은 말로 해서 안 되면 매를 들겠노라고. 그대신 집으로 연락을 해서 때린 사실을 그때그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체벌이 범죄시 되면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머리끝에 앉기 시작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고학년은 좋은 말로 충고하면 통했기에 체벌의 필요성을 반대했던 내 입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좋은 말로 안 되면 매를 들어서라도 바른 길을 걷도록 하고 싶습니다.

다른 친구에게 욕을 하는 행동, 심하게 때리는 행동, 위험할만큼 뛰고 달리는 행동에는 그때그때 매를 들겠노라고, 그 행동이 왜 나쁜지 설명을 해 주고 아이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주인인 학교이지만 버릇없는 아이들까지 포기한 채 뒷전에 물러서서 책 속의 지식만 배우는 게 학교가 아니란 걸 가르치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 학교이며 참는 것도 배우고 내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1학년 담임의 무거운 책임감을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보내야 하는 그 많은 시간들을 기다림과 인내로 감내하는 새 봄의 꽃들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끔한 훈계이기 때문입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서 학교 생활에 필요한 공동 생활 태도를 몸에 익히게 하는 일이 모든 공부의 시작이라는 걸 어미닭처럼 몰고 다니며 하나씩 반복하여 가르쳐야겠습니다. 식사하는 습관, 이닦는 습관, 고운 말 쓰는 습관, 차조심하는 습관 등등, 지켜야 할 것들의 기초공사를 다져주는 일이 1학년 담임에게 주어진 책무임을 다짐합니다.

5월의 훈풍처럼 따스한 모습,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 속에 따끔한 훈계와 질책을 함께 곁들여 기초 기본 생활 습관이 잘 갖추어진 한 사람의 인격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 마음부터 단단히 조여 매고 새벽 아침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되, 버릇없는 아이로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매를 들어서라도 나쁜 버릇만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정방문과 학부모 총회 때 확실하게 말씀 드릴 생각이랍니다.

매를 드는 순간에 나는 이미 선생님이기를 포기하는 거라고 25년 이상 견지해 온 소신을 접으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요즈음이었습니다. 서로 때리고 울리는 아수라장 속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으니 학부모님께 협조 편지를 보내어 같이 노력하여 아이들을 함께 가르칠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날뛰는 아이들을 오냐오냐 받들며 기를 죽이니 어떤 매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교육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체벌했을 때는 반드시 학부모에게 그 배경과 취지를 알리겠노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의사에게 환자를 맡길 때는 믿음이 전제가 되듯이, 담임에게 맡겨진 아이를 소신껏 가르치는 데에도 학교와 담임 선생님에 대한 전적인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생각하며 교양과 지식, 지혜를 갖춘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곁가지를 자르는 아픔을 함께 참아주는 풍토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자신을 추스리고 반성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마음이 따스한 아이들로 키우렵니다.

학부모님! 당신의 자녀를 사랑한다면 때로는 매서운 겨울바람도 잘 이겨야 매화처럼 향이 고운 아름다운 나무가 될 수 있음을 아프게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학부모님! 매를 들어야 하는 담임 선생님이 당신보다 더 아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질책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며 날뛰는 망아지가 꽃밭을 망가뜨리지 않게 하는 어찌할 수 없는 아픈 선택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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